국민의힘 대야전략…이재명 '패싱'하고 박광온과 '협치'
박광온엔 "합의되면 만날 수 있다"
원내대표 회동 '구동존이'에 공감대
꽉 막힌 정국 돌파구 마련 기대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당선 후 여야 관계에 온기가 돌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합리적이며 온건파로 통하는 만큼, 국민의힘은 꽉 막힌 정국을 뚫어낼 최적의 협상 파트너로 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알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얽힌 문제들을 푸는데 있어 협치가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첫 만남의 분위기도 훈훈했다. 2일 첫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양측은 무쟁점 대선 공약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개정이 시급한 법안들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전세사기 방지법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방송법 등 쟁점 현안은 뒤로 미룬 채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존중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의 자세로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윤 원내대표는 "민생 우선, 정치 복원, 무쟁점 법안 우선 처리, 통합을 위한 외연 확장 경쟁 등 박 원내대표의 메시지 하나하나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는 "쟁점이 없는 부분을 확인해 법안을 만들어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생길 것이고 그것이 더 큰 협상과 협의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의 기류도 달라졌다. 전날 취재진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 모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야당의 만남이 제기될 수도 있다"면서 "만약 합의가 된다면 대통령실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박 원내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활짝 열어놨다. 대통령실이 그간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사실상 거절해왔던 것과 달리 박 원내대표에게는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민주당에도 합리적인 분들이 많다"며 "당선이 되면 이분들과 협치를 해서 국정을 이끌어나가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었다. 하지만 이 대표와 친명 세력이 민주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원내지도부마저 강경파로 채워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각종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게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략적으로 비칠 경우 협상 더 꼬일수도
박광온 "영수회담 우선"…尹과 회동 거절
문제는 국회의 공전이 길어질수록 정부·여당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이미 처리된 간호법을 시작으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민주당의 입법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충돌하는 국면이 길어질 경우, 성과물 없이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키울 우려가 크다.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으로써 언제까지 '거야 횡포'라는 주장을 마냥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온건파이자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협상 상대로 등장한 것은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날 박 원내대표를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여야가 너무 격한 언어로 정치를 해서 안타깝고 대통령실도 마음을 열고 여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여야 간 대화가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칫 정략적이라고 민주당이 받아들일 경우, 박 원내대표의 입지가 위태로워져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위 '개딸' 등 민주당 강경파 지지자들은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반발하며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마당이다.
박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정중히 거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예방에서 이 수석이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삼자회동을 제안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고 선을 그었다.
공개 발언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1년 동안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우리들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라며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대화 복원의 출발이 되도록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우리 당이 마치 민주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를 갈라치기 하려 한다는 식으로 비치게 되면, 박 원내대표도 당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협상이 더 꼬일 수 있다"며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공방을 벌이면서도 원내는 대면 협상을 통해 조용히 접점을 만들어가는 투 트랙 접근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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