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비난과 책임 회피로 채운 송영길의 자진 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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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통보 없는데 “제가 모를 수도 있다” 회견만
“도주 의사 없음 보여 구속 면하려는 쇼” 지적도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 통보가 없었는데도 어제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사전에 검찰이 예고한 대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청사 로비에서 민원실 직원을 통해 수사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가 답을 듣지 못한 채 10분 만에 돌아 나왔다. 피의자 소환 전에 압수물 등 자료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을 거치는 것은 수사 절차의 기본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이를 모를 리 없는 송 전 대표는 청사 로비에 머무르는 동안 오히려 기자회견을 할 장소에 관심을 보였다. 이후 취재진 앞에서 준비해 온 A4 용지 여러 장 분량의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이런 게 일부러 찾아가 벌인 ‘정치적 쇼’가 아니면 뭔가.
송 전 대표는 회견에서 “주변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를 구속해 달라”면서도 사법적 책임 여부에 대해선 부인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검찰은 그를 돈봉투 살포 공범으로 지목했지만 “제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이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고 기소되면 법정에서 다투겠다”고만 했다. 대신 ‘인생털이식 별건수사’ ‘정치적 기획수사’라거나 ‘이정근 녹취파일’의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부각하려고 애썼다. 말로만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할 뿐 실제로는 법적 다툼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책임으로 한정하려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송 전 대표는 특히 자신의 지지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한 자금 조달 의혹에 대해서도 “한 푼도 쓴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먹사연과 전당대회 경선 캠프의 회계를 담당했던 인사가 프랑스를 찾아가 송 전 대표를 만났었다. 먹사연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검찰은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의혹은 검찰 수사에 반발한다고 해소되는 게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인될 사안이다. 차분히 수사에 협조하는 게 송 전 대표가 할 일이다.
송 전 대표의 자진 출두는 향후 구속을 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도주의 의사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으려는 포석”(조응천 의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송 전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까지 거론하며 지지층을 자극했다. 실제 어제 현장에선 파리 귀국 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지지자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지경을 두고만 본다면 비리 의혹에 한몸이냐는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 검찰도 정치적 시비가 확대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 기소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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