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중 상호존중하면 경제문제 풀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 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 존중하면 중국하고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계기로 마련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지난주 국빈 방미 전후로 중국이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과 기자단의 오찬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 청사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 윤 대통령이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하면서 성사됐는데, 약 70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워싱턴 선언’을 언급하며 “핵 기반으로 안보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우리한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북한의)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워싱턴 선언 내용이) 전부 방어체계지 공격체계라는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대북 유엔제재도 안해주는데…우린 선택의 여지 없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30일 국빈 방미를 두고는 “일정이 너무 많았다. 잠을 거의 서너 시간씩밖에 못 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노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에 대해선 “갑자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게 무대 위로 올라와 달라고 해서 당황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다. 가사도 생각이 안 났는데,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 소절 부르니) 옛날에 많이 불렀던 것이라 생각이 났다.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얘기에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졌다.
“고급 정보를 다 알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측면에선 답답할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모든 실상을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민주주의라는 게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다만 “모바일로 너무 정보가 많이 들어오니까 팩트(사실)를 공개한다고 해도 안 믿는다”면서 “그런 사회에서 국민 설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하여튼 (취임) 1년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은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는 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부터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다 보니까 언제 1년이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하고 이렇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에 대해선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그냥 이렇게 맥주나 한잔 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중단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 대해선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 농담했다. 이어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지금 용산의 우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거의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곧 개방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의 이름에 ‘어린이’를 붙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 반환으로 추진 예정인 약 90만 평(300만㎡)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청사 앞부분 약 9만 평(30만㎡)을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오는 4일부터 국민에게 개방한다.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본군이 주둔했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미군기지로 활용된 ‘금단의 땅’이 약 12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선 16분 길이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 국빈 방문의 성과를 직접 설명했다. ‘동맹’이란 단어만 43차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결과와 성과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고, 동맹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며, 양국 국민의 기회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은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동맹, 산업동맹, 과학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고 말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선 안보동맹의 실례로 들며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녁엔 용산 청사에서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하며 미국 국빈 방문 성과를 공유했다. 20명 정도가 참석했다. 약 2시간30분 동안의 만찬이 끝난 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의 의미에 대해 좀더 설명했다”며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협력해 지원할 부분은 적극 지원해 달라고 부탁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장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 셔틀외교의 물꼬를 튼 만큼 한·일 관계를 발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일 관계의 물꼬가 트이고 한·미 관계도 물꼬가 트이면서 한·미·일 관계가 공고하고 발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발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기료 인상 문제에 관한 대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 외교, 국방 등 한 분야도 성공한 게 없다. 실패한 정부”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때 ‘혼밥’ 논란을 일으킨 것도 거론했다고 한다.
◆“간호법 재논의 안 되면 총파업”=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오는 3일 1차 연가 투쟁에 돌입한다. 의료연대는 이어서 오는 11일에는 2차 연가 투쟁에 나서고, 17일에 연대 총파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는 등 법안 재논의 기미가 보이면 파업 강도를 낮추거나 시기를 재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일훈·김나한·박태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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