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외상 손님, 이제 식구가 됐습니다 [아살세]
“손님의 말 사실…집 방문해 확인”
“가게에서 함께 일하며 출산 돕기로”
미혼모 손님의 외상 요청에 선행을 베푼 분식점 사장님 사연의 후기가 공개됐습니다. 저희는 앞서 이 사연을 처음으로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님의 말은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사장님이 들려주신 마음 따뜻한 후기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분식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김모(37) 사장님은 2일 같은 자영업자 카페에 ‘미혼모라고 하신 손님 음식 보내드린 후기입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씨는 “손님에게 월요일(1일) 오전 장문의 문자가 왔고, 계좌로 입금받았다”며 “제 선택에 신뢰로 돌려받은 기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손님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아내를 통해 연락이 닿았다고 합니다.
김씨는 “조심스럽게 (지원에 대한) 얘기를 하니 계속 민폐라고 거절했다. ‘그래도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생각하자. 우리도 딸 둘 키워봐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얘기하니 자신도 무섭고 막막하다며 울었다고 하더라”고 적었습니다.
김씨는 설득 끝에 손님의 집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손님을 만난 김씨는 첫눈에 아는 얼굴임을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그는 “일주일에 3~4번 오던 중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라 얼굴이 잘 기억났다”며 “또래들보다 키가 컸고 또렷하게 생긴 학생이었다. 항상 문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웃으면서 인사하던 친구라 저와 저희 직원들도 예뻐하던 학생”이라고 떠올렸습니다.
김씨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손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손님은 19세로,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기 위해 중학교 때 상경했지만 4년 만에 가수의 꿈을 포기하게 됐고, 현재는 의류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과기능사 자격증과 검정고시를 준비해왔다고 합니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아이 아빠와 임신으로 흘러갔고, 김씨는 손님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아내에게 자리를 맡기고는 마트로 향했습니다. 물티슈와 즉석밥, 계란, 미역, 고기, 김치 등을 사와 냉장고를 여는 순간, 또 울음바다가 됐다고 합니다.
지난번 배달해주었던 밥과 죽이 밀폐용기에 나뉘어 있었고, 손님은 “아르바이트한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나눠 놓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아내는 산모에게 필수적인 정보들을 알려주며 곧 병원에도 함께 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 몸 상태가 괜찮다면 가게로 나와 하루 2시간 정도 일하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했고,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당찬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김씨 부부는 산모가 활동을 해도 괜찮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이 나오면 다음 주부터 함께 일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그들은 한 식구가 됐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고 밝힌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애 아빠 입장에서 든 마음일 뿐 선행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겸손함을 보였습니다. 이어 “원래 의도와 달리 사연이 알려진 이후 마음씨 따뜻한 사장님이 돼버려서 너무 부담스럽고 민망하다”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그는 “요즘 커뮤니티에 값을 지불하지 않고 음식을 달라는 손님에 대한 사장님들의 불만 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제 글을 통해 배달업을 하는 사장님들께 모든 주문 요청들이 거짓과 나쁜 의도는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는 또 “손님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점이 기분 좋았지만 사정을 보고 들으니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운 마음도 나타냈습니다. 사연이 공개되면서 미혼모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댓글 등을 통해 표출될 것을 크게 걱정했습니다. 그는 “제 글이 기사화됐다고 해 들어가보니 댓글이 정말 가관이더라”며 “특히 미담을 이용해 홍보하려 한다는 글도 많던데 지금도 충분히 먹고살고 있고, 앞으로도 제 매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글을 접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김씨를 함께 돕겠다는 이들도 보였습니다.
네티즌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후기네요.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사장님 같은 분과 연이 닿아 너무 다행입니다” “찡하네요. 사장님 내외 두 분 다 너무 좋은 분들이세요” “존경스럽네요 두 분 정말 쉽지 않은 도움인데 다 복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분께는 평생에 남을 큰 힘이 될 겁니다. 사장님의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아름답네요” “눈물짓고 갑니다. 사장님 건강하세요” “그 여성분도 부족함 없이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김씨 부부와 손님을 응원했습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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