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부상’ 입었나…장하나 미스터리
통산 20승에 빛나는 베테랑 골퍼 장하나(31)가 시련을 겪고 있다. 장하나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경기에 출전해 한 경기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4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1경기에선 기권했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15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다. 지난달 30일 끝난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서는 1라운드 83타, 2라운드 85타로 합계 24오버파를 기록하면서 탈락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로 꼽히는 장하나로서는 참담한 성적이다. 기록도 처참하다. 장하나의 올 시즌 평균 타수는 81.1타로 120명 중 120위다. 그린 적중률(30.8%)과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211야드)도 최하위다. 상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상금랭킹도 최하위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38.8%로 뒤에서 두번째다.
2021년까지 장하나는 파죽지세였다. 그 해 2승을 거두면서 상금과 대상 랭킹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성적이 나빠졌다. 26개 대회에서 컷 통과는 9개뿐이었다. 그린 적중률이 102위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부상은 아닌 듯하다. 그의 아버지 장창호씨는 “몸은 아프지 않다. 아프면 아프다고 핑계라도 대겠는데 그렇지 않다. 지난해 스윙을 교정하려다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거리와 정확성이 현저하게 떨어진 올해 기록으로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탓에 발생하는 스윙 불안 증세인 ‘입스’가 아닌가 의심할 만하다.
장하나는 처음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줄곧 1위로 달리는 마라토너를 연상시킨다. 2004년 타이거 우즈가 한국에 왔을 때 극찬한 선수가 장하나였다. 당시 초등학생인 장하나는 250야드 가까운 장타를 날렸고, 감각적인 쇼트 게임을 보여줬다. 어려서부터 1등이었고, 그 이후 줄곧 최고 선수로 달렸다.
장하나는 18세이던 2010년 프로가 됐다. 이듬해부터 KLPGA 1부 투어에서 스타 선수로 활약했다. 2013년엔 3승을 거두면서 KLPGA 투어 1인자의 자리에 올랐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5승을 거두며 맹활약했다.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오랫동안 1등으로 달리는 것은 부작용도 있다. 혼자 맞바람을 다 맞아야 한다. 마라톤에는 페이스메이커가 페이스를 조절해 주기도 하고 앞에서 바람도 막아준다.
장하나는 어릴때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1등이라는 부담을 지고 페이스메이커 없이 거의 20년을 1등으로 달렸다. 장하나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몸일까 마음일까.
장하나는 만 31세다. KLPGA 투어 선수 중엔 나이가 많은 축이지만, 그의 별명은 ‘에너자이저’다. 체력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장하나의 부친은 스피드 스케이팅, 어머니는 농구 선수 출신이다. 장하나는 어릴 적 스케이트와 검도·수영 등을 했다.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다.
대형 선수인데다 우승도 많이 해본 장하나가 최하위권에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마음의 병일 수도 있다. 골프 멘탈을 가르치는 이종철 프로는 “기술적인 문제라면 스윙을 바꾸는 과정에서 헤드를 이용하는 감각을 잃은 게 아닌가 의심할 만하다. 마음의 문제라면 믿음을 잃은 것이다. 스무 번이나 우승을 해본 선수이니까 자신을 믿으면 의외로 쉽게 극복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아버지 장씨는 “하나는 요즘도 명랑하다. 곧 좋은 성적이 나올 테니 믿으라고 한다.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끈한 장하나의 세리머니가 다시 나오기를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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