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 이탈리아, 기본소득 줄이고 단기고용 쉽게 한다

이승호 2023. 5.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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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인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노동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나치식 경례를 하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인형을 목에 메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교통장관,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 모습을 한 얼굴 가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노동시장 개혁에 착수했다. 기본소득 정책 실시 4년 만에 혜택과 기간을 축소하고, 기업에 단기계약 고용의 길을 터줬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이른바 ‘니트족(NEET,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노동개혁 패키지’ 법안을 의결했다. 2019년 도입된 기본소득 정책인 ‘시민소득’ 명칭을 ‘포용수당’으로 바꾸고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게 골자다.

로이터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일자리가 없는 18∼59세 빈곤층에 가구당 월평균 550유로(약 81만원)를 제공해 왔는데, 내년 1월부터 이를 월 350유로(52만원)로 줄이기로 했다. 수령 기간도 최대 12개월로 제한하고, 이 기간에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업이 12~24개월짜리 단기 고용 계약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한 ‘일자리 바우처’ 이용 범위도 확대한다.

다만 미성년자, 60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이 속한 가구에 대해선 혜택을 늘려 최대 30개월 동안 월 500유로 이상 받을 수 있게 했다.

멜로니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정부가 말뿐이 아닌 사실로 노동절을 기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시민소득 개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시민소득 제도가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키우고 청년들의 노동의욕을 떨어뜨린다”며 혜택 축소를 주장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19년 134.1%에서 시민소득 시행 이후인 2020년 154.9%로 늘었다. 유럽연합(EU) 평균인 85%를 훌쩍 웃돌아 그리스(178%)에 이어 2위다.

니트족 문제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15∼29세 청년층 중 구직을 단념한 니트족 비중은 4명 중 1명꼴(23.5%)로, EU 회원국 중 가장 높고 EU 평균(13.1%)을 크게 웃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당근책도 함께 제시했다.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연소득 3만5000유로 이하 임금 노동자의 소득세를 4%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또 자녀를 둔 근로자에 대해 연간 최대 3000유로의 세금도 면제해 준다.

그러나 주요 노조와 야당은 반발했다.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IL) 마우리치오 란디니 대표는 “법안이 고용 불안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수도 로마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시위를 벌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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