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자들과 5개월만에 문답…"1년 돌아보고 속도 더 낼 것"(종합)
尹, 사전공지 없이 깜짝 등장
취임 1년기자회견 "생각 해볼 것"
참모진들에게 "자화자찬은 안 돼" 주문
국빈 방미 후일담도 소개
취임 1주년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기자 150여명과 만나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건 지난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을 중단한 지 5개월여만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날을 계기로 다시금 소통 강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어린이공원 언론 사전공개 행사 후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어느덧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까 언제 1년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간담회에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대통령이 예고 없이 깜짝 등장했다.
윤 대통령 "어느덧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까 언제 1년 오나 했더니 벌써 1년이 왔다. 어떤 많은 성취, 실적 이런 것보다, 그런 것도 찾아서 정리하면 있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지난 1년간 우리가 정권 교체라는 것이 뭐겠나"라며 "정권을 바꾸는 것은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정권이 교체되고 그 정부를 맡아서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얼마큼 어떻게 바뀌었느냐, 얼마큼 아주 활기차고 또 얼마큼 더 따뜻해지고, 또 얼마큼 더 미래세대에게 꿈을 줄 수 있고, 얼마큼 더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그리고 우리의 안보와 우리 사회의 안전이 얼마큼 더 확보됐는지, 이런 것들을 되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이번 취임 1주년에 기자 간담회나 회견을 안 하느냐, 그런데 한번 생각을 해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거기에서 저도 우리 용산 스태프(참모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서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의 취임 1주년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무슨 성과 이래 가지고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척하는 그런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에게도 "앞으로 나라를 더 잘 변화시킬 수 있게 여러분과,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한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자주,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지 않나"고 말해 장내에서 웃음소리도 났다. 이어 "사실 아침에 도어스테핑 하던 게 습관이 돼서 내가 사실 지금도 꼭두새벽에 눈이 떠진다"며 "그래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한다. 그러니까 도어스테핑을 하면 그중에서 기자들이 아침에 질문할 만한 것들을 다 뽑아서 벌써 새벽 6시면 수석이나 비서관들과 막 전화를 했었다"고 후일담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부족한 점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여러분이 함께해 주기를 바라겠다"며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 중 주변에 앉은 기자들과 미국 국빈 방문 뒷이야기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너무 많았다"며 "미국에 있는 동안 서너시간밖에 못 잔 것 같다. 정신없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빈 만찬에서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과 관련해서 예상치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미국 백악관의 의전 측에서 윤 대통령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물어서 돈 맥클린의 노래를 알려줬고, 기타를 준다는 것은 알았지만 노래는 사전에 조율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권유한 것이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와 달라고 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며 "기타를 주려고 하는 모양이구나 했는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 많이 불렀던 것이라 (가사가) 생각이 났다"며 "만약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 했다"고 농담도 건넸다.
기자가 야구 시구와 노래 등 주목을 받은 일들을 언급하며 '스타덤이 생긴 것 같은가, 실감은 나나'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스타덤을 실감하고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TV 토론한다고 방송국에 가니 분장을 하는데, '내가 정치를 괜히 시작했구나' 했다"며 "살면서 헤어드라이어 한번 안 써보고 얼굴에 로션도 발라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취임 초 어떤 대통령보다도 지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는 "가급적이면 많이 다니려고 한다"며 "전기차 공장이나 디스플레이 공장, 바이오 제조시설, 연구소에 가보면 앉아서 장관들한테 보고 받는 것보다 실제 보는 것이 과학기술 정책이나 연구개발(R&D) 정책이 더 쏙쏙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서 불편한 반응이 나오는데 예상한 수준이냐'는 질문에는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존중하면 중국하고 얼마든지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며 "우리가 중국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우리가 안 주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든 상품이든 중국에 수출 통제하는 것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미 간 '워싱턴 선언'하고 핵 기반으로 안보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중국이) 우리한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고 하면, (북한의)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면서 "국제법 중에 중요한 게 유엔결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은 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40분께부터 70분가량 기자들과 식사하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식사 도중 "일이 있는 사람은 먼저 가보셔도 좋다"고 말하며 애초 예정했던 것보다 오래 머물렀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메뉴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밥, 순대, 떡볶이, 샌드위치, 닭강정,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김 비서실장, 조 안보실장 이외에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과 비서관이 대다수 나와 기자들과 함께 자리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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