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방송·영화 ‘시무룩’ 그나마 엠넷은 ‘백조’로
BTS 뷔, 백종원을 써도 시청률 안 나온다?
최근 tvN에서 방영된 ‘서진이네’ ‘장사천재 백사장’ 등 예능 프로그램이 예상보다 시청률이 안 나오자 나오는 평가다. 특히 ‘장사천재 백사장’은 모로코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문화 코드를 오도할 표현을 써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K푸드 예능, 일명 외국인이 한식을 접하고 ‘맛있다’를 연발케 하는 예능이 인기였지만 이런 포맷이 계속되면서 ‘자기 복제’ 논란도 일기 시작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지난 수년간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다 보니까 아무래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슈퍼스타를 쓴다 해도 어디서 본 듯한 포맷이라면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스란히 상장사 CJ ENM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6억원)과 비교해 약 77.6% 줄어들면서 시장 컨센서스(실적 예상치, 311억원)보다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당연히 CJ ENM 주가는 부진하고 종국에는 지주사 CJ 주가까지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미디어 부문 1분기 적자 예상
CJ ENM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오히려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다. 2021년 6월 한때 18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4월 말 주가는 7만원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증권가 전망치는 더욱 매섭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메리츠증권은 CJ ENM의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잡았으나 최근 이보다 20% 가까이 낮은 10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동안 CJ ENM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CJ ENM은 크게 미디어와 커머스, 음악, 영화 부문으로 4개 사업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회사 전체 매출액은 4조7922억원, 이 중 미디어 부문 2조6079억원, 커머스 부문 1조3553억원, 음악 부문 4710억원, 영화 부문 3580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력 사업인 미디어 사업 부진 예상에 주가가 예사롭지 않다. CJ ENM은 tvN, OCN, Mnet 등 14개 TV 채널을 운영한다. 이들 채널은 주로 광고비를 유치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간다. 1분기 미디어 부문은 전년 대비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지수 애널리스트는 “CJ ENM 미디어 부문은 광고 시장 위축으로 TV와 디지털 광고 매출이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부문 사업 전망은 꽤 밝았다. 성장세도 뚜렷했다. 2021년만 해도 미디어 부문 매출은 1조7745억원대였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TV 채널 광고도 늘어났다. 그 덕에 40% 이상 매출이 성장하면서 2조6000억원대 사업 부문으로 부쩍 커졌다.
이런 기조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꺾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증권가 전망이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 탓에 광고 수요가 저조하다”며 “상반기까지는 역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OTT 사업도 전망이 썩 좋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자 활성화 지표 혹은 가입자 수가 떨어지면 41% 할인 연간 이용권 판매 등의 마케팅 비용을 쓸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해 4분기 티빙 가입자 수는 350만명 정도다. 올해 1분기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38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세가 둔화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는 관련 사업 적자폭을 더 늘리는 배경이 됐다. 티빙은 지난해 전년 대비 56.3% 급등한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와 경쟁하다 보니 자체 제작비를 많이 쓴 탓이다. 이 와중에 KT가 운영하던 OTT 시즌까지 인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분위기 쇄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변수다.
영화 부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영웅’ ‘유령’ ‘카운터’ 등 제작비 100억원 내외 영화 3편을 내놨다. 올해 연말까지 가봐야 손익분기점 도달 여부가 나오겠지만 박스오피스 기준만 놓고 볼 때 모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따라서 영화 부문에서만 약 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해외 업체 인수 효과도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CJ ENM은 지난해 미국 제작 스튜디오인 피프스시즌을 인수, 해외 제작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 천명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납품한 콘텐츠는 다큐멘터리 ‘고잉 바시티 인 마리아치’ 단 1편에 불과했다. 경영 실적에서도 적자가 확정적이다.
위기 타개 어떻게
음악 사업 그나마 효자
물론 CJ ENM도 손만 놓고 있지는 않다.
지난해 말 선임된 구창근 CJ ENM 대표는 올해 CJ ENM은 ‘수익성 중심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CJ ENM 사업은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의 독보적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적 부실이나 조직, 비용 관리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조직, 비용 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자원 투입 역시 수익 관점에서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주주 가치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구 대표가 기대하는 부분은 음악 사업이다. 음악 부문은 지난해 영화 부문을 밀어내고 회사 내 3위 사업 부문으로 올라섰다. 엠넷 채널의 MCS(Music Creative ecosystem)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MCS 전략이란 엠넷 인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보이즈 플래닛’ ‘프로듀스’ 시리즈 등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우승자 등을 키워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면서 콘텐츠 수입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구 대표는 “구체적으로 일본 라포네는 올해 두 팀의 신규 아이돌 공개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지속 유지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아이돌뿐 아니라 장르적으로 음악 진정성에 소구하는 추가적인 IP 개발을 통해 음악 사업에서의 시장 지위를 지속 강화해나가고 자사의 디지털 플랫폼 ‘Mnet+’와 오프라인 플랫폼 ‘KCON’ ‘MAMA’를 수익 측면에서 더욱 고도화해서 CJ ENM의 음악 생태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회사 측은 ▲드라마·예능 등의 원천 IP와 메가 IP 확보를 강화하고 ▲데이터 기반 제작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며 ▲크리에이터 생태계와 협업해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강화한다는 내용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결론적으로 현 주가는 크게 밀리고 있지만 증권가는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 조짐이 있다고 내다본다.
메리츠증권은 “미디어 사업의 외형, 수익성이 하반기부터 개선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9% 증가한 201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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