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1호 아파트 재건축 ‘DMC한양’…가재울 뒷전? 알고 보면 트리플 역세권 [재건축 임장노트] (16)
# 디지털미디어시티역 1번 출구를 나와 불광천을 건너 수색로, 응암로를 따라 걷다 보면 15층짜리 노후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올 들어 재건축 사업이 최종 확정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한양아파트(옛 연희한양)’다. 단지 곳곳에는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대형 건설사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DMC한양아파트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후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서대문구 아파트 중에는 최초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단지다.
1987년 8월 준공한 DMC한양아파트는 13~15층짜리 아파트 6개동에 총 660가구가 입주한 단지다. 주택형은 전용 55~116㎡로 이뤄졌다. 2021년 9월 정밀안전진단 용역에서 평가 점수 53.45점으로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는 국토안전관리원의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도 이뤄졌다.
그러던 중 올 초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덕분에 1차 정밀안전진단에 오류나 자료 부족 같은 문제만 없으면, 정비계획 입안권자(구청장)가 안전진단 기관에 적정성 검토 의뢰 없이도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지난해까지 ▲예비안전진단(현지 조사)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이뤄졌다.
이에 서대문구는 DMC한양아파트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보고서 가중치와 판정등급을 재산정했다. 그 결과 DMC한양아파트는 성능 점수 48.52점(D등급)을 받아 ‘조건부 재건축’ 대상으로 판정됐고, 서대문구가 자체 적정성 검토만 실시한 후 바로 재건축을 최종 결정했다. 정밀안전진단 점수가 낮을수록 재건축 사업 추진에 유리하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조안정성 평가항목 중 내구성 부분에서 이미 중성화가 진행되고 슬래브 부분에서 E등급, 염분 함유량 또한 E등급으로 판정된 것이 재건축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서대문구는 향후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공동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안전진단 통과로 DMC한양아파트는 서대문구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첫 아파트 단지가 됐다. DMC한양아파트 인근에서는 아파트 1970가구를 새로 짓는 북가좌6구역과 조합설립인가를 받아둔 가재울7구역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 중 단독주택가인 북가좌6구역은 재개발 아닌 재건축 사업지다. 2021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속도 낸다
DMC한양아파트는 가재울뉴타운 내 아파트 중 가장 오래된 단지다. 입주 후 1990년대 초반까지는 1억5000만~1억7400만원에 거래되고는 했다. 당시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이 1200만~1500만원가량이었다. 2009년부터는 재개발을 마치고 입주한 인근 신축 단지들에 묻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지만 입지만 놓고 보자면 가재울뉴타운보다도 좋은 곳으로 꼽힌다.
DMC한양아파트는 약 5만명이 거주하는 가재울뉴타운과 사실상 같은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서쪽으로는 불광천이 흐르며 아래로는 경의선 철길이 자리한다. 지하철 6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3개 노선이 지나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인근 상암동이나 은평뉴타운과 비교해 도심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강점이다. 버스를 이용해 광화문 등 도심으로 가는 교통이 편리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일대는 롯데복합쇼핑몰 건설, 코레일 부지 개발 사업 등을 통해 복합상업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아울러 단지는 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동신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초등학생 자녀는 북가좌초에 배정받는다.
DMC한양아파트는 북가좌6구역과 마찬가지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탁 방식이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조합 대신 사업 시행을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조합 방식과 달리 조합을 설립할 필요가 없어 절차가 줄고,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 조합과 시공사 혹은 조합 내분에 따른 공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신탁사가 사업 자금을 조달하고, 조합 방식에서 다수 발생하는 비리를 원천 차단해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대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그렇다면 DMC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은 어느 정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DMC한양은 전용 55·65·84· 105·116㎡ 5가지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용적률은 223%로 높은 편이지만 대형 면적 가구가 많아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14평대(46.86㎡)로 높다. 전용 84㎡(옛 34평) 대지지분이 45.86㎡(13.87평)고 가장 큰 평형인 전용 116㎡(옛 41평) 대지지분은 55.4㎡(16.76평)에 달한다. 순수하게 가구당 대지지분만 놓고 보면 인근 마포구 ‘성산시영(3710가구)’에 못잖다.
물론 이제 막 안전진단을 통과한 수준이고, 아직은 재건축 조합이 꾸려지기도 전이라 재건축 사업성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의 재건축 사업성 시뮬레이션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용적률은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 270%만 적용받는다고 가정했다.
같은 방법으로 전용 84㎡ 소유주가 평형을 늘려 전용 119㎡(43평)를 신청하면 3억9000만원의 추가분담금이 예상된다. 이 경우 총 투자 금액은 13억원 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만약 평형을 줄여 전용 59㎡(25평)를 신청한다면 추가분담금 없이 1000만원가량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별도의 인센티브 없이 용적률을 270%만 적용받는다고 가정한 것이고, 만약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힘입어 용적률을 300%까지 늘려 받는다면 사업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근 단지인 ‘DMC래미안e편한세상(2012년 입주)’ 전용 84㎡가 지난 4월 10일 11억4000만원(12층)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북가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구축인 DMC한양 전용 84㎡도 10억~11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된 적이 있다”며 “재건축 사업을 마치고 입주하는 시점에는 일대 새 아파트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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