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다 못한 수익률…투자자, 상가 외면 [전문가 현장진단]

2023. 5. 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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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대박 꿈꾸다 ‘공실’로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거대한 아파트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건물은 제법 윤곽을 드러내고 있으며 올해 8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바로 래미안원베일리다. 최근 부동산업계에서 원베일리 단지 내 상가 일반분양 결과가 화제를 모았다. 원베일리 조합은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117개 호실에 대한 상가 분양을 진행했다. 지하층 일부 호실의 경우 최고 경쟁률이 66 대 1로 마감될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나머지 호실은 그렇지 못했다. 전체 절반 수준만 계약되면서 완판에 실패했다. 현재 잔여 호실에 대해 선착순 수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당초 부동산업계는 원베일리 입지가 워낙 좋아 상가 역시 완판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곳 상가는 기본적으로 약 3000가구 원베일리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 8000가구가 넘는 잠재 수요를 배후에 두고 있다. 고속터미널역과 연결된 ‘고투몰’과 단지 내 상가가 연결돼 있어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완판 가능성을 점쳤던 이유다.

하지만 높은 분양가와 함께 상가 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원베일리 상가는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분양가가 3.3㎡당 최고 1억10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1층 중 상가 주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호실(전용 65.83㎡)의 경우 분양가가 약 47억원에 달한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때 고정적인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 내 상가가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정기 예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요즘은 상가를 찾는 문의가 사실상 없다”고 말한다.

부동산 여러 상품 중 상가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금리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이 바로 상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상가 중 비교적 알짜라는 평가를 받았던 ‘단지 내 상가’ 역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원베일리뿐 아니다. 지난 3월 28일 입찰을 마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스퀘어’ 상가 역시 미분양 상태다. 개포자이스퀘어는 3월부터 입주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 내 상가다. 단지 내 약 3300가구 고정 수요는 물론 인근 개포주공5~8단지를 포함해 약 2만가구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다. 입주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단지 내 상가는 여전히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일부 편의점이나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만 눈에 띌 뿐이다.

일반적으로 대단지로 구성된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는 다른 일반적인 상가와 비교해 공실 우려가 낮다.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중박’은 가능한 상품으로 분류됐다.

지금은 단지 내 상가 역시 애물단지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상권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단지 내 상가를 찾는 수요가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높은 금리 역시 부담스럽다. 다른 부동산과 비교해 상가는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다. 상가를 찾는 투자 수요 자체가 없다 보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상가 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인근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한 알짜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정기 예금보다 못한 상가 수익률

이자 부담도 버거운데 분양가만 올라

시장조사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단지 내 상가 평균 매매 가격은 3.3㎡당 4947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279만원)에 비해 21% 하락했다. 1년 전 서울의 단지 내 상가 1층 전용 33㎡를 사려면 평균적으로 약 6억2000만원이 필요했다. 지금은 4억9000만원이면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 지역 단지 내 상가는 3.3㎡당 평균 4254만원에서 3629만원으로, 경기도는 4091만원에서 3971만원으로 내렸다.

단지 내 상가 평균 매매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분명하다. 임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중대형 상가는 0.12%, 소규모 상가는 0.24%, 집합상가는 0.09% 하락했다.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주요 상권 유동인구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함께 내수 경기 회복 지연,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상가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 등 상가 분양 가격이 높은 곳은 실질적인 수익률이 연 1% 미만에 불과해 시중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해도 매력이 떨어지는 상품으로 전락했다.

공실률 역시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가 13.3%, 집합상가가 9.3%, 소규모 상가는 6.9%로 나타났다.

사실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서울 주요 지역 중심 상권 유동인구는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 역시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등을 이용할 뿐, 소위 말하는 ‘동네 상권’은 외면받는 분위기다.

높은 금리와 함께 비싼 분양가 역시 상가를 찾는 수요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이미 신도시 분양 상가에 대한 위험성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신도시에 조성되는 상가는 아직 상권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새 건물’이라는 이유로 분양 가격만 높은 경우가 많았다. 이미 상당수 신도시에는 1층이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를 여럿 볼 수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단지 내 상가 일반분양은 최고 경쟁률이 66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막상 전체 절반 수준만 계약되면서 완판에 실패했다. 현재 잔여 호실에 대해 선착순 수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윤관식 기자)
매수자 절대 우위 상가 시장

30% 이상 저렴한 알짜 매물 노려볼 만

여러 이유로 상가 시장은 매수자 절대 우위가 형성되면서 급급매 형태로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가는 결국 수익형 부동산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분양을 받거나 매수를 하면 오히려 손해만 볼 수 있다.

결국 여러 이유로 상가 시장 회복은 단기간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자영업자 임차인은 물론 상가 주인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한정된 배후 수요에 비해 새롭게 들어서는 상가 점포 수가 지나치게 많고 분양 가격이 비싼데 은행과 같은 우량 임차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투자처로 매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이유로 전문가들이 상가 투자를 만류하고 있음에도 여유 자금 등을 통해 상가 투자를 고려한다면 알짜 급매물을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중요하다.

수익률은 임대 수익과 매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 수익이 떨어지고 금리가 예년 대비 높은 만큼 매수 가격을 낮춰야만 기대했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상가 관심도가 뚝 떨어진 상황에서 경매로 원하는 물건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 1월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 단지 내 상가 1층 물건은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23억3000만원)의 64.4%인 15억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불과 1명. 통상 경매 감정가는 인근 시세보다 조금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부분을 감안해도 해당 낙찰자는 별다른 경쟁 없이 시세보다 약 30% 저렴하게 상가를 매수한 셈이다. 당장 낙찰자가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수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상가 투자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많은 연구와 발품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만 있다면 노후를 대비하는 최고의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상가는 개별적으로 세분화·차별화돼 있다. 바로 옆 가게라도 매매 가격이나 수익률이 크게 다른 만큼 직접 장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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