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만드는 배터리 소재 그리고…진격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이끄는 LG화학 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배터리 소재, 바이오 사업 기대로 80만원 고지를 뚫으면서 상승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LG화학 주가 급등
올 들어 30% 올라 80만원 돌파
LG화학은 지난 4월 20일 80만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단숨에 시가총액 4위로 뛰어올랐다. 앞단에 삼성전자(389조8268억원), LG에너지솔루션(135조7200억원), SK하이닉스(63조8458억원) 정도가 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60만원(12월 29일 종가)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 30%가량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충격으로 지난해 3월 43만원대까지 추락했지만 어느새 2배가량 상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후 주가가 70만원대로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머지않아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 주가가 급등한 것은 2차전지 소재 사업 기대감 덕분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2차전지 원료인 전구체다.
LG화학은 최근 세계 1위 코발트 생산업체 중국 화유코발트, 전북 새만금개발청 등과 전구체 공장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인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202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산업단지 6공구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한다. 연내 착공에 들어가 2026년까지 연산 5만t 양산 체제를 갖춘다. 추가로 연산 5만t 생산 설비를 증설해 10만t 양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구체뿐 아니라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장 건설도 속도를 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170만여㎡ 부지에 4조원을 투자해 연산 12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규모로 2025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용량, 수명 등 성능을 결정한다.
LG화학이 양극재, 전구체와 함께 공을 들이는 분야는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리튬 이온을 원활히 오가게 하면서도 양극재, 음극재를 섞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양극재, 음극재가 접촉하면 폭발, 화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충북 청주, 중국 우시,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독자 분리막 공장을 운영해왔다. 일본 도레이와 헝가리에 설립한 분리막 조인트벤처(JV)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영에 돌입했다. 2028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연간 8억㎡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LG화학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지난해 첨단소재 부문 투자액(6965억원)이 석유화학 부문(4855억원)을 앞질렀다. 덕분에 LG화학 첨단소재 사업 부문 매출은 2020년 2조5475억원에서 지난해 3조4351억원으로 급증했다. LG화학은 양극재, 분리막 등 2차전지 소재 매출을 지난해 5조원에서 2027년 20조원으로 4배가량 키운다는 포부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알짜 사업인 2차전지를 물적분할로 떼어내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짧은 시간에 배터리 소재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워내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한다.
LG화학은 2차전지를 떼어낸 빈자리를 바이오로 채운다는 복안이다. 최근 삼양홀딩스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항암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양홀딩스는 자체 개발한 mRNA 전달체 ‘나노레디’ 기술과 관련 조성물을 제공하고, LG화학은 이를 활용해 항암 효능이 극대화된 혁신 신약물질을 발굴한다는 청사진이다.
mRNA는 세포 안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진 유전물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을 통해 첫 상용화하며 새로운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열었다.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mRNA를 세포 안으로 전달해 단백질 발현이 가능하도록 돕는 약물 전달체가 필수적이다. 삼양홀딩스의 고유 기술을 적용한 나노레디는 범용성이 높은 약물 전달체다.
LG화학은 사전 제작된 전달체 조성물에 자체 개발한 mRNA 효능물질을 섞는 방식으로 결합 공정을 간소화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개인별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LG화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신약 개발사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8000억원에 인수해 바이오업체 인수합병(M&A) 성과를 내기도 했다.
LG화학은 올해 생명과학 부문 연구개발(R&D)에만 4000억원을 베팅한다. 생명과학사업본부 매출의 30%로 2021년(2000억원) 대비 2배 늘어난 규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끌 성장동력으로 ‘A-B-C(AI-바이오-클린테크(기후기술))’를 정하고 지원에 나선 것도 LG화학을 염두에 둔 행보다.
지난해 매출 사상 첫 50조 넘어
때마침 실적이 날개를 단 것도 LG화학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1조8649억원, 영업이익 2조9957억원을 달성했다. LG화학 매출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는 63조7133억원에 달한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리오프닝에도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되겠지만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 호조로 실적이 좋아질 것이다.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화학이 배터리, 바이오 등 핵심 사업 성과로 주가가 날개를 달았지만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덩치만 커졌을 뿐 정작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LG화학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조9956억원으로 1년 새 40% 이상 감소했다. 석유화학 사업 침체로 수익성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석유화학 부문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1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만 50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LG화학이 신사업에 안간힘을 쓰지만 아직까지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석유화학이다. 석유화학은 철저히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이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 안팎 분석이다.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할지도 미지수다. 양극재, 전구체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이 성장세지만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경쟁사 수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자칫 ‘치킨 게임’에 돌입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LG화학을 이끄는 신학철 부회장이 각종 논란을 슬기롭게 이겨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7호 (2023.05.03~2023.05.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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