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깜짝 김밥 오찬’…“도어스테핑 안 하니 섭섭하죠?”
尹, 취임 1주년 맞는 소회 등 밝혀
“잘난 척 하는 (1주년) 행사 국민에 예의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깜짝’ 오찬 간담회를 갖고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변화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 정원에서 출입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출입 기자 간담회로, 약 70여분간 진행됐다.
오찬 메뉴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밥과 순대, 떡볶이, 닭강정,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되고 정부를 맡아 과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어떻게 바뀌었느냐, 얼마만큼 활기차고 더 따뜻해지고 미래세대에게 꿈을 주고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안보와 안전이 얼마만큼 더 확보가 됐는지 등을 되돌아보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용산 스태프한테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다’는 그런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그냥 이렇게 맥주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는 그런 기자 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단된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그런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고 물은 뒤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며 농담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사실 지금도 습관이 돼 꼭두새벽에 눈을 떠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며 “도어스테핑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지금 용산 우리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거의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라면서 “여러분이 함께 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소규모 간담회 등 언론과 자주 소통하겠다며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 주겠다’는 약속도 상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너무 많았다”며 “미국에 있는 동안 3~4시간밖에 못 잔 것 같다. 정신 없이 보냈다”고 회상했다.
윤 대통령은 ‘아메리칸 파이를 어떻게 불렀는지 직접 듣고 싶다’는 질문을 받고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와 달라고 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기타를 주려고 하는 모양이구나 했는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더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옛날에 많이 불렀던 것이라 (가사가) 생각이 났다. 만약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 당할 뻔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 후) 스타덤을 실감하는가’라는 질문에 “스타라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인지도”라며 “시작할 때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스타성 있는 일, 이게 약간 어색했는데 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분장실로 데려가는데, ‘정치를 괜히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했다. 살면서 헤어드라이기 한번 안 써본 사람”이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중국이 반발하는 데 대한 입장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한·미가 ‘워싱턴 선언’에서 핵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 제재라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중국이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기술이든, 상품이든 중국에 수출 통제하는 것은 없다”며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존중 하면 중국과 얼마든지 경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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