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기 최고 건축가가 강원에 지은 '예술작품'

운민 2023. 5. 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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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의 또 하나의 세계, 뮤지엄산

[운민 기자]

▲ 뮤지엄산 본관 입구 박물관 본관은 물속에 떠있는 하나의 섬같은 인상을 준다.
ⓒ 운민
강원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 원주는 강원도의 다른 고장에 비해 현대적인 면모가 보이지만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치악산 말고도 원주를 대표할 만한 랜드마크가 있는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그러나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안도 타다오의 '뮤지엄 산'은 충분히 원주시민들의 자부심이라 할 만하다. 섬강이 흐르는 지정면 계곡의 리조트 언덕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은 소장품보다 건물자체가 주목받는 하나의 걸작품이다. 뮤지엄 산을 설계한 안도 타다오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건축가일 텐데 그의 인생을 반추해 보며 작품세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뮤지엄 산에 가보았습니다 
 
▲ 세계일주 건축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은 안도 타다오는 건축에 대한 영감을 얻으려 전세계를 일주하면서 스케치를 남겼다.
ⓒ 운민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안도 타다오는 처음부터 건축학도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을 아마추어 권투선수와 트럭운전수로 보내던 도중 현대 건축의 아버지인 르 코르뷔지에의 설계도면을 보고 건축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는 스미요시 신사 근처에 있는 좁은 부지를 활용해 노출 콘크리트 양식으로 지은 스미요시 나가야를 시작으로 수많은 건축을 짓게 된다.
특히 그가 한국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이 많은 한국의 건축 특성상 그의 건축물은 콘크리트를 활용한 독특한 발상으로 만들어져 참고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해 지어진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그중 하나다.
 
▲ 파피루스관 종이박물관 구역에 있는 파피루스관
ⓒ 운민
한국에서도 제법 많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 들어서고 있지만 그의 건축세계가 여실히 구현되고 있는 곳은 뮤지엄 산이 아닐까 싶다. 현재(2023년 5월) 이곳에서는 안도 타다오 - 청춘이라는 주제로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주요 건축의 설계도를 비롯해 미니어처를 통해 그가 설계한 대부분의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우선 뮤지엄 산을 가기 위해서 오크밸리 리조트 안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박물관 입구에 자리한 웰컴센터를 지나 뮤지엄본관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다. 자작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는 산책로를 지나 워터가든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 박물관내부 안도 타다오는 노출콘크리트와 자연적인 재료의 조화를 이루면서 색다른 공간을 창조한 모습을 뮤지엄산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 운민
박물관이라기보다 안도 타다오가 만든 또 하나의 세계에 들어오는 듯하다. 뮤지엄 본관은 건물 자체가 물 위에 떠있는 하나의 섬처럼 보이는데 특히 건물 앞에 자리한 아치웨이는 이곳을 대표하는 하나의 랜드마크로서 본관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붙잡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내부는 크게 종이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입구 오른편에 자리한 카페에서 휴식을 한번 취해보는 것도 좋다. 야외에 놓인 테이블에 앉으면 계절마다 다양한 모습을 지닌 산과 건물주위를 휘감고 있는 물의 조화가 확연하게 드러나 보인다.

종이박물관부터 본격적으로 박물관 동선이 이어지는데 한솔종이박물관에서 출발한 이 전시실의 컬렉션은 종이 이전의 점토판, 파피루스부터 종이에 대한 모든 것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종이로 만든 다양한 공예품과 이것에 관해 얽힌 역사이야기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오랜 시간을 머물게 만들어준다.
 
▲ 안도타다오전 안도 타다오 전에서는 그의 건축세계를 보여주는 미니어쳐와 도면이 전시되어 있다.
ⓒ 운민
박물관 곳곳에는 안도 타다오가 의도한 듯 한 공간이 연이어 이어지는데 대표적으로 파피루스 온실이 바로 그것이다. 중정공간으로 야외 한복판에 자리한 듯 한 이 건물은 실내에서 마주하는 실외공간이라는 독특한 점이 부각된다.

안도 타다오의 예술 작품 속으로 

이제 기간마다 다른 주제로 찾아오는 미술관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앞서 언급하고 있듯이 안도 타다오전이 열리고 있었다. 총 4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전시회는 첫 번째 주제 '공간의 원형'에서는 안도 건축의 첫 시기라 할 수 있는 도시 한복판의 빛과 기하학을 보여주고 있고, 두 번째 '풍경의 창조'에서는 도시를 벗어나 지역자체를 새롭게 변모하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나타내고 있다.

안도는 건물을 새롭게 창조한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에 대한 도전', '역사와의 대화' 섹션에서 파리와 베네치아의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대의 색다른 조화를 도면과 미니어처로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수많은 건축학도들은 저마다 열심히 스케치를 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다.

이곳에서 뮤지엄산의 공간은 끝나지 않고 다시 야외로 나와 스톤가든과 명상관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진다. 신라 고분의 아름다운 선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은 한반도의 도에서 따온 9개의 부드러운 스톤마운드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을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전국일주를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제임스터렐관과 명상관은 사전예약을 통해 운영된다. 특히 이곳은 단순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작품 속에 들어온 듯한 체험을 할 수 있기에 수고를 감수하고 예매할 만하다.

안도 타다오의 전시는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오는 길은 쉽지 않지만 이 박물관 하나를 보기 위해 충분히 올만한 가치가 있다. 어느덧 원주의 마지막 장소로 발걸음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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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경기별곡 시리즈 마지막 3권인 <여기 새롭게 경기도>가 출판되었습니다. 강연, 기고 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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