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개조에 노숙까지…치솟는 주거비에 美 대학생들 울상

주거비 급등에 노숙하는 美 대학생들
"높은 주거비에 공교육 위협받고 있다"

미국에서 치솟는 주거비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명문대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집을 구하지 못해 차고나 수영장 등을 개조한 곳에서 숙식하고, 일부는 노숙 생활까지 감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10년간 새 주택 공급이 줄면서 대학 근처 집세가 급등해 인근 대학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캘리포니아대학교(UC)의 10개 캠퍼스 전체 학생 약 30만명 중 3165명이 음식과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1년 전보다 15%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 캠퍼스(UCSC)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가 202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UCSC의 학부생 중 9%가 노숙 경험이 있었다. 이는 UC 캠퍼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시민단체 전국저소득주택연합에 따르면 산타크루즈는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가장 임대료가 비싼 지역이다. 이곳의 집세는 한 달에 1300~1500달러(174만∼200만원)에 이른다. 또 이 지역은 2020년 산불로 인해 주택 900채가 사라진 데다 코로나19 기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원격 근무를 위해 몰려든 근로자들이 많아지면서 주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스티븐 매케이 UCSC 사회학과 교수는 "주거 비용이 너무 비싸서 공교육이 위협받고 있다"며 "노동자 계급 학생들이 정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매케이 교수에 따르면 UCSC 학생들은 집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고 차고나 수영장 창고 등 '불법적인' 거주지에서 임시로 생활하고 있다.

USUC는 전체 학생의 절반인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을 갖췄지만, 주거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기숙사를 증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CSC는 2028년 가을까지 학생 3700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지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숙사 증축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에 맞닥뜨렸다.

UCSC에서 학부생, 직원, 대학원생 등으로 13년간 있으면서 이사를 13번 다녔다는 로라 채플 씨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도 교수가 돼 계속 학교에 남고 싶었지만, 주거 문제로 인해 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흰개미와 쥐가 출몰하는 UCSC 근처 집에서 룸메이트 6명과 함께 산다는 채플 씨는 "박사 후 연구원이 돼서도 4~5년을 더 주거 문제로 힘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