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반·디·폰' 뛰어오를까…재고 줄어들고 반도체 감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사이클 다운턴(하락 국면), 중국 리오프닝 효과 부진 등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반·디·폰) 업계의 실적이 언제쯤 개선될지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반디폰 업종이 통상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고조)’ 형태를 보여온 만큼 하반기에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연말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여전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리처드 고든 부사장은 “‘파멸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파란불’ “가격 안정세…수요 회복 기대”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대해 ‘재고 정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한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율은 지난 1월 263.85%로 25년 10개월 만에 최고점(1997년 3월 288.7%)을 찍은 뒤 252.2(2월)→163.3%(3월)로 하락세를 보였다.〈그래픽 참조〉
삼성전자의 ‘감산 극약처방’도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하반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감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올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시장은 이르면 올 2분기부터 수급 균형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 가격 하락세도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하반기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 중앙처리장치(CPU) 납품이 시작되고, 챗GPT 등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서버 시장이 성장하면서 DDR5 등 수익성 높은 고사양 제품이 수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버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아직 높아 수요 하향 조정이 멈춘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디스플레이 ‘노란불’ “물량 증가 기대 속 중국 리스크”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1조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 감소한 7800억원에 그치는 등 디스플레이 업계도 최악의 1분기를 보냈다. 수요 부진과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영향까지 더해진 탓이다.
올해 들어 디스플레이 재고율은 107.2(1월)→95.2(2월)→150.9%(3월)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는 재고를 쌓아 놓고 판매하던 액정표시장치(LCD) 비중을 줄이고, 수주형 사업인 유기발광다이오드(LED)에 집중하는 만큼 재고율보다는 향후 수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본다.
LG디스플레이는 재고 상황 개선과 수요 증가로 올 하반기 ‘적자 고리’를 끊어낼 전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된 플라스틱(P-OLED)·백색(W-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물량 증가가 하반기에 집중돼 큰 폭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OLED TV 출하량이 670만(2022년)→700만(2023년)→970만 대(2024년 전망) 등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가 투자를 지속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OLED 패널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해 OLE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의 추격은 걸림돌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 점유율이 2016년 80%에서 지난해 50% 중반으로 감소하는 동안 중국 업체는 10% 미만에서 40%대로 상승했다”며 “중국 BOE가 2021년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 패널을 납품하는 등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빨간불’ “판매 저조…애플도 어려울 듯”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의 질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적자 속에서도 갤럭시S23의 훈풍 덕에 ‘턱걸이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플래그십(전략 모델)인 갤럭시S23의 국내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으며 세계에서 110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쌓이고, 애플과 점유율 격차가 줄고 있는 것은 숙제다. 지난해 4분기(76.25%)부터 올 1월(79.81%)까지 70%대에 머물던 스마트폰 재고율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3 시리즈를 출시한 2월을 기점으로 97.7(2월)→151.2%(3월)로 점차 높아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3%포인트에서 올해 2%포인트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평가 속에서 갤럭시Z5 시리즈가 2~3주 먼저 공개될 것이라는 조기 등판설도 나온다.
황민성 연구원은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해온 애플도 올해는 성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삼성전자는 현상 유지만 해도 선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석현·김수민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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