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자산 8할이 대출…"SVB 사태보다 영향 커"
[한국경제TV 서형교 기자]
<앵커>
미국 내 자산규모 14위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이 결국 대형은행 JP모건에 인수됐습니다.
올 들어서만 미국에서 벌써 4개 은행이 문을 닫았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위기가 일단락'됐다고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충격파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먼저 서형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은행 위기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이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됐습니다.
고객들이 예금 대량 인출에 나서면서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3월 초와 비교해 97% 폭락했는데,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매각을 통해 서둘러 위기 진화에 나선 겁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은행발 금융위기 우려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보다 국내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은 SVB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해왔는데,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 구조는 상대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들과 더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퍼스트리퍼블릭은 보유 자산의 80%가 대출로, 자산의 절반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 SVB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총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대인 것을 감안하면 퍼스트리퍼블릭과 비슷하다는 분석입니다.
SVB가 보유 채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과 달리 퍼스트리퍼블릭은 저금리때 판매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국내 금융사들 역시 고금리에 취약한 대출 자산이 많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힙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금리가 상승할 때 대출을 받아 간 차주가 얼마나 충격에 민감한지가 중요한데, (가령) 건설업 대출은 금리 상승에 굉장히 취약한 자산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시중은행으로 위기가 급격히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의 경우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60%에 달해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덜하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 당국은 장기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71%로 높여잡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 고정금리를 확대할 경우 다가올 금리 하락기에 차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은행권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자체가 어떤 특정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전체적인 위험 관리상의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리 구조를 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