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놀이터 조성될 공간에"…인천검단 주차장 붕괴, 엄마들 '철렁'
입주 예정자 '불안'…철저한 원인 조사 요구
화정 아이파크처럼 '무량판 구조' 적용돼
원희룡 "안전 확보 및 입주 지연에 따른 손해·보완 조치 만전"
"이번에 무너진 지하주차장 상부에 아이들이 뛰어놀 놀이터가 조성될 거였단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입주 이후에 이런 사고가 났으면 어떡할 뻔했어요. 입주 예정자들은 다 필요 없고 안전, 안전만 바랄 뿐입니다."
2일 인천 서구 원당동 일원 검단신도시 AA13-1·2블록 '검단신도시안단테'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입주 예정자는 울먹거리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모차에는 어린 아이가 쌔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께 이곳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지붕층 슬래브가 붕괴됐다. 밤늦은 시각에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붕괴된 곳은 지하주차장 1층과 2층으로 각 지붕층 슬래브가 무너져 내렸는데, 붕괴 면적은 총 970㎡ 규모다.
이곳 단지는 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동부건설, 대보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시공을 맡은 공공분양 단지다. 1666가구 규모로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현재 공정률은 67% 정도다.
한 입주 예정자는 "사고가 난 날 밤에 천둥 치는 소리가 크게 났다고 한다"며 "비슷한 공법으로 지어진 곳이 이곳 단지 내에 몇 군데가 더 있다고 들었다.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고 토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날 붕괴사고 현장을 찾는다는 소식에 입주 예정자들은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건설현장 인근을 에워싸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이곳 주차장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량판 구조는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수평 구조인 '슬래브'가 기둥과 바로 연결된 방식이다. 소음이 덜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단 장점이 있지만, 수평 하중에 취약하다. 지난해 1월 붕괴된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 균열이나 사고 조짐도 없었다. 붕괴 이틀 전까지 지하주차장 상부에는 1.1m 수준의 토사를 성토하고 콘크리트를 타설, 놀이터 구간의 초경량 EPS 블록을 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전쟁이 난 이후처럼 처참했다. 무너져 내린 슬래브에 박힌 철근은 엿가락처럼 휘어 있고 삐쭉삐죽 날카롭게 솟아있었다. 현장 곳곳에는 콘크리트 조각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현장 근로자들이 오가는 낮 시간대 사고가 발생했다면 끔찍한 인재로 이어졌을 거란 생각에 눈앞이 아득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는 "입주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해서 심란하다. 입주 예정자들 가운데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태반"이라며 "장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아기띠 메고 나왔다. 어떤 심정인지 알아주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정부 당국은 사고 당시 큰 하중이나 특별한 외력이 가해지지 않아 구조적인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구조물 내력 문제나 설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정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고조사위원회에서 붕괴사고 관련 조사가 완료되려면 68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붕괴사고 현장을 살펴본 원희룡 장관은 "이번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 철저히 원인을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조치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한 안전 확보 및 비슷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보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사고원인이 한 가지만이 아닐 수도 있어 설계상 모든 것들이 철저히 계산되고 반영됐는지, 시공 과정에 관련 지침들을 철저히 준수했는지 감리와 현장 감독은 잘 이뤄졌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가급적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입주가 늦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안전 확보로 불가피하게 늦어지면 그에 따른 손해, 보완 조치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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