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억이 꽂혔다"…'임고집' 임창정, 라덕연과 엮인 날
“임창정이 ‘내가 너희를 (피투자자로서) 어떻게 믿냐’고 하자 10분 만에 계약서 하나 없이 25억원이 회사 계좌로 꽂혔다. 놀라서 곧 이 돈을 모두 돌려줬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을 받은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의 소속사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측(이하 임씨 측)은 지난 1일 중앙일보와 만나 라덕연 R투자자문사 대표 등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묻자 ‘25억원 깜짝 송금’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불법 일임매매 의혹을 받는 라 대표 측이 보여준 재력에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임씨 측은 “임창정은 주가 조작에 가담한 바가 결코 없다. 이는 라덕연 대표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임씨 측은 평소 고집이 세서 별명이 ‘임고집’인 임씨가 어떻게 라 대표 일당에게 엮이게 됐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임씨 측에 따르면, 임씨와 라 대표는 지난해 10월 9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처음 만났다. 임씨와 오랜 인연이 있는 한 사업가가 신규 엔터테인먼트 사업 투자자를 물색하던 임씨에게 라 대표를 ‘투자운용사 회장’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라 대표는 임씨와 한 차례 더 만난 뒤인 11월 28일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자리엔 라 대표의 측근인 전직 프로골퍼 안모(33)씨도 동석했다. 안씨는 “팬이라서 꼭 한번 뵙고 싶다”며 임씨와의 자리에 합류했다고 한다.
임씨가 “내가 어떻게 바로 믿겠냐, 나도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라 대표 등은 임씨의 법인 계좌번호를 물었고 10분 만에 25억원이 입금됐다는 게 임씨 측의 설명이다. 정식 계약서 작성은 물론, 투자 방식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황한 임씨 측은 12월 6일 25억원을 모두 돌려줬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투자 미팅은 그 사이에 전개됐다. 임씨 측은 12월 1일 “서울 중학동 얍컴퍼니 사무실에서 라 대표 측 변호사와 회계사가 대동한 상태로 정상적인 비즈니스 투자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라 대표로부터 “내일 송년회에 참석하지 않겠냐”는 갑작스런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 송년회가 이른바 ‘조조파티’였다.
임씨는 그렇게 12월 2일 참석하게 된 송년회가 ‘조조파티’였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임씨 측은 “조조파티가 운용자금 1조원을 넘긴 기념으로 연 행사란 건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때도 ‘투자를 잘 하는 회사구나’로만 생각했다. 밥 먹는 자리로 생각하고 아내와 아이도 데려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와 함께 이 자리를 찾은 소속사 관계자 A씨는 “광진구에 위치한 작은 중식당이었지만 2층은 통째로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VIP 손님으로 라 대표 일당과 기업인, 정치권 인물 등이 자리했다. 샤넬백, 프라다백, 펜디백 등 명품 가방과 닌텐도 등을 경품으로 나눠줬다”고 기억했다.
이후 12월 21일 라 대표는 50억원 상당으로 평가되는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 지분 50%를 인수했다. 그 뒤로 다양한 추가 사업 구상도 오가다 이 투자와는 별개로 임씨가 3억원, 라 대표가 7억원을 투자해 신규 법인을 설립키로 결정했다. 새 법인은 지난달 6일 설립됐다. 임씨 측은 “임창정의 기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 동명의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씨 측은 12월 20일 여수의 한 골프장에서 한 “저 XX한테 돈 맡겨, 아주 종교야” 등의 발언에 대해 “50억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라 대표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행사에 참석해 분위기 띄우듯 무리한 멘트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날은 라씨 측에 거액을 투자한 이들을 상대로 한 VIP자선골프행사날이었다. 문제의 발언이 담긴 영상은 지난 1일 방송을 타며 임씨가 라 대표의 공범이라는 의혹을 불렀다. 그러면서 임씨 측은 “가수 박혜경씨를 포함해 단 1명에게도 투자를 권유한 적이 없다”며 “특히 박혜경씨는 투자 논의가 본격화하기도 전인 지난해 11월 30일 이미 라 대표 측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거액을 투자한 라 대표는 ‘창정이형’이라고 부르게 된 임씨에게 이내 “당장 쓸 돈이 아니면 불려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임씨는 라 대표 측에 30억원 가량이 든 주식 계좌와 그 정보를 전달했다. 임씨 측은 “라 대표도 믿음이 갈 수밖에 없게 행동했고, 주변에서도 라 대표를 알게 된 것이 천운이라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 대표의 태도는 주가 폭락 이후 돌변했다고 한다. 자신이 건넨 주식 계좌의 비밀번호도 몰랐던 임씨는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진 지난달 24일 오전에야 수십 억원을 손해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씨는 직후 라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라씨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나를 죽인 것”이라며 손해는 책임질 수 없다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임씨 측은 “문제가 된 차액거래결제(CFD)도 직원들이 진행한 일이라 자기는 몰랐다는 식이었다”며 “라씨의 화려함에 당했다”고 호소했다. 임씨는 주가 폭락 이후 사흘이 지나서야 계좌 비밀번호를 찾으러 증권사에 방문했다고 한다. 총 손실은 약 30억원이다.
한편,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SG증권을 통해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대성홀딩스·선광·서울가스·삼천리·세방·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의 주가가 폭락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라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정민·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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