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상장폐지…서학개미 투자금 1240억 날렸다
회사원 이모(41)씨는 최근 해외주식 투자에서 쓴맛을 보고 있다. 미국 은행 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주식을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지난달 4일 사들였는데 이 주식이 1일(현지시간) 상장폐지되면서다. 투자금 800만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
이씨는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서며 FRB를 인수한다고 해 은행 위기가 일단락된 줄 알았다”며 “주가가 최근 급락해 이미 손해가 큰 데 상장폐지까지 이뤄진다니 허탈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FRB가 파산으로 상장폐지되며 ‘서학개미’가 사들인 FRB 주식도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본 서학개미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FRB 주식은 1일(현지시간)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JP모건은 FRB의 예금 920억 달러, 대출 1730억 달러, 유가 증권 300억 달러 등 은행 자산 대부분을 사들이기로 했지만, 우선주와 회사채 등은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퍼스트리퍼블릭 보통주 주주를 마지막 채권자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P모건의 인수는 FRB 예금자는 보호하겠지만, 주주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문제는 서학개미 중에도 FRB 주주가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미국의 은행 위기가 불거진 지난 3월 10일부터 지난 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FRB 주식 9295만 달러(1240억원)어치를 순매수(결제액 기준)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단일종목으로는 테슬라(2억8800만 달러(3860억원)에 이어 가장 많다.
서학개미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의 중소형 은행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FRB 주가는 3월 10일 81.7달러에 거래를 마친 뒤 3월 13일 31.2달러로 급락했다. 3월 말에는 주가가 13.9달러까지 떨어졌다.
서학개미의 주식 매수도 3월에 집중됐다. 3월 10일부터 3월 말까지 FRB 순매수 결제액은 1억152만 달러(1360억원)로 ETF를 제외한 단일종목으로는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1~3월) 고객 예금 인출액이 1020억 달러(약 136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주가가 다시 급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 주가는 주당 3.5달러까지 떨어졌다.
한편 FRB의 상장 폐지로 S&P500 지수에는 테이저건 생산 업체인 액손 앤터프라이즈(액손)가 새로 편입된다. 액손은 지난 1일 기준 시가총액은 155억 달러(20조8000억원) 수준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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