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서 상경한 '꿈꾸는 청춘', 배우 전연담

황동환 2023. 5.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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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교 때 세팍타크로 선수… 최연소 심판위원장 임명돼 항저우행

[황동환 기자]

 전연담 배우가 지난해 ‘한국물리학협회 70주년’ 기념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 전연담
 
연극영화와 세팍타크로, 좀처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영역을 넘나드는 청춘이 있다.

충남 예산군 삽교에서 상경한 배우 전연담(본명 전경배, 38)씨, 지난 2009년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한 뒤 <평양성> <멀리 가지 마라>와 뮤지컬 <꽃님> <어린왕자> <마술피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15년 차다. 그가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최연소' 심판위원장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팍타크로는 발로 공을 차 네트 너머 상대구역으로 넘기는 우리나라 족구와 비슷한 동남아시아 인기스포츠다.

전씨는 삽교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체대 진학을 희망했던 세팍타크로 선수였다. 본업(?)에 복귀한 것일까. 

"하는 일이 많다. 'N잡러'라 불릴 정도. 주업은 당연히 배우다. 하지만 영화계가 늘 일거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지속가능한 배우생활을 위해 빈 시간에는 경제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30대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내가 배운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찾다 보니 영상제작, 강사, 보험설계사, 세팍타크로 심판까지 하게 됐다."

서울예술대학교 미디어창작학부에서 연기를 전공하면서 배운 수업이 '영상제작자'로 활동하는 기반이 됐다. "내가 가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2020년부터 가능한 모든 공모전에 출품했다. 5개를 출품하면 4개는 입상했다. 수상작 중 1개는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며 "기획은 내가, 촬영은 다른 1명이 프로젝트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향인 예산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영상인 '새콤달콤한 예산 속으로'도 그때 제작한 작품이다. 현재는 전남도학생교육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기를 접목한 민주시민교육수업과 영상제작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심판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심판석에 앉아있는 전연담 심판위원장.
ⓒ 전연담
 
올해 1월에는 임기 2년인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심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2018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심판모집에 지원해 3급 자격증을 딴 것이 계기가 돼,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심판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선수 출신이고 룰도 알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협회에서 화제를 모았다. 배우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역대 심판위원장 중 30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은사이신 김동관 선생님도 국제심판과 심판위원장을 역임했다. 한 학교에서 2명의 국제심판과 심판위원장을 배출한 것은 삽교고등학교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팍타크로는 삽교중학교 3학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전국체전 은메달 수상소식을 들고 홍보차 학교를 방문했던 삽교고 선배들의 시범경기를 볼 때 매료됐다.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스파이크하는 모습에 반했다. 바닥이 고무로 돼 있는 전용신발이 경기장 매트와 마찰음을 내며 삑삑거리고, 탁탁치는 소리, 공의 파열음이 인상적이었다."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선수들이 입문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리를 찢는 훈련이다. 또 수개월에서 1년은 한쪽 구석에서 볼 터치 연습만 한다. 전씨도 6개월 정도 걸렸다. 이 과정을 거쳐 고등학교 2학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다가 영화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목표설정이 잘못된 선수였다. 열심히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운동을 수단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이 컸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체대시험을 봤는데, 선생님께서 '아나운서나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권유했다. 당시 연극영화과 1기생을 뽑던 인천전문대에 지원해 합격했다"며 "되돌아보니 학창시절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인정받거나 연예인의 꿈이 있었다. 선생님이 제 '끼'를 알아보셨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4년 제작한 17분짜리 단편영화 <아벨라>를 꼽았다. "지방에서 밤샘낚시를 하고 이른 아침 친구들과 서울로 가던 중 우연히 앞차에 전 여친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따라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며 "칸영화제 필름마켓부문에 초청됐는데, 그곳에서 수많은 영화인들이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고 회상했다.

롤모델은 류승범 배우다. "정형화돼 있지 않은 날 것 같은 연기"를 닮고 싶어서다. 그러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지만 만질 수도, 그게 뭔지 알 수도 없는 구름같다"는 말로 '연기관'을 밝혔다.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수업하고 있다. 영상제작에 한창인 전연담 배우.
ⓒ 전연담
 
생계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빈 시간을 이용한 활동'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배우로서 '감'도 떨어지진 않을까. 소속사에 있을 때 한 달에 2~3회 보던 오디션 횟수가 현재 2~3개월에 한 번꼴로 줄어들었지만 포기는 없다. "언제부턴가 인생에서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배우가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긴다"는 말에서 확신이 느껴진다.

전씨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운동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묵묵히 지지해주셨고,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한다고 했을 때도 믿고 기다려주셨"던 아버지였다. 전병성 전 삽교읍개발위원장이다. 지금은 조카들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나를 정신 차리게 해주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10년 후 모습이 궁금했다. "제가 영화를 만들고, 제가 출연하고, 자유롭게 생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좌우명이다. 너무 긴 미래를 생각해보기보다 오늘 내일을 열심히 살다 보면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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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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