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서 상경한 '꿈꾸는 청춘', 배우 전연담
[황동환 기자]
▲ 전연담 배우가 지난해 ‘한국물리학협회 70주년’ 기념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
ⓒ 전연담 |
연극영화와 세팍타크로, 좀처럼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영역을 넘나드는 청춘이 있다.
충남 예산군 삽교에서 상경한 배우 전연담(본명 전경배, 38)씨, 지난 2009년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한 뒤 <평양성> <멀리 가지 마라>와 뮤지컬 <꽃님> <어린왕자> <마술피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15년 차다. 그가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최연소' 심판위원장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팍타크로는 발로 공을 차 네트 너머 상대구역으로 넘기는 우리나라 족구와 비슷한 동남아시아 인기스포츠다.
전씨는 삽교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체대 진학을 희망했던 세팍타크로 선수였다. 본업(?)에 복귀한 것일까.
"하는 일이 많다. 'N잡러'라 불릴 정도. 주업은 당연히 배우다. 하지만 영화계가 늘 일거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지속가능한 배우생활을 위해 빈 시간에는 경제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30대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내가 배운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찾다 보니 영상제작, 강사, 보험설계사, 세팍타크로 심판까지 하게 됐다."
▲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심판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심판석에 앉아있는 전연담 심판위원장. |
ⓒ 전연담 |
올해 1월에는 임기 2년인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심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2018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심판모집에 지원해 3급 자격증을 딴 것이 계기가 돼,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심판으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선수 출신이고 룰도 알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협회에서 화제를 모았다. 배우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역대 심판위원장 중 30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은사이신 김동관 선생님도 국제심판과 심판위원장을 역임했다. 한 학교에서 2명의 국제심판과 심판위원장을 배출한 것은 삽교고등학교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팍타크로는 삽교중학교 3학년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전국체전 은메달 수상소식을 들고 홍보차 학교를 방문했던 삽교고 선배들의 시범경기를 볼 때 매료됐다.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스파이크하는 모습에 반했다. 바닥이 고무로 돼 있는 전용신발이 경기장 매트와 마찰음을 내며 삑삑거리고, 탁탁치는 소리, 공의 파열음이 인상적이었다."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선수들이 입문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리를 찢는 훈련이다. 또 수개월에서 1년은 한쪽 구석에서 볼 터치 연습만 한다. 전씨도 6개월 정도 걸렸다. 이 과정을 거쳐 고등학교 2학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다가 영화로 전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목표설정이 잘못된 선수였다. 열심히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운동을 수단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이 컸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체대시험을 봤는데, 선생님께서 '아나운서나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권유했다. 당시 연극영화과 1기생을 뽑던 인천전문대에 지원해 합격했다"며 "되돌아보니 학창시절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다. 인정받거나 연예인의 꿈이 있었다. 선생님이 제 '끼'를 알아보셨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14년 제작한 17분짜리 단편영화 <아벨라>를 꼽았다. "지방에서 밤샘낚시를 하고 이른 아침 친구들과 서울로 가던 중 우연히 앞차에 전 여친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따라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며 "칸영화제 필름마켓부문에 초청됐는데, 그곳에서 수많은 영화인들이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고 회상했다.
▲ 학생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수업하고 있다. 영상제작에 한창인 전연담 배우. |
ⓒ 전연담 |
생계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빈 시간을 이용한 활동'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배우로서 '감'도 떨어지진 않을까. 소속사에 있을 때 한 달에 2~3회 보던 오디션 횟수가 현재 2~3개월에 한 번꼴로 줄어들었지만 포기는 없다. "언제부턴가 인생에서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배우가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긴다"는 말에서 확신이 느껴진다.
전씨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운동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묵묵히 지지해주셨고,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한다고 했을 때도 믿고 기다려주셨"던 아버지였다. 전병성 전 삽교읍개발위원장이다. 지금은 조카들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나를 정신 차리게 해주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10년 후 모습이 궁금했다. "제가 영화를 만들고, 제가 출연하고, 자유롭게 생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좌우명이다. 너무 긴 미래를 생각해보기보다 오늘 내일을 열심히 살다 보면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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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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