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직원 '허공 머리감기'…외국인 환각파티에 남해안 발칵

안대훈 2023. 5. 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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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약 있다”…외국인 근로자 ‘환각 파티’


지난 2월 경남 거제 한 노래주점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유흥접객원이 자신의 머리를 앞으로 쓸어넘기는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다.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지난 2월 초 경남 거제시 한 노래주점. 30대 외국인 남성 2명과 함께 있던 유흥접객원 2명 중 1명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했다. 머리를 아래ㆍ위로 흔들거나 두 손으로 노란색 긴 머리카락을 뒤에서 앞으로 쓸어 넘기는 짓을 반복했다. 이른바 ‘클럽마약’이라 불리는 엑스터시를 투약하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이날 주점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이들 4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해양 경찰에 검거됐다.

남성 2명은 베트남 국적 외국인 근로자로 확인됐다. 남해안 연근해 어선에서 선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흥접객원 2명도 베트남 국적 결혼이주여성이었다. 해당 주점은 ‘기분 좋아지는 약이 있다’며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남성은 이런 사실을 알고 주점을 찾았다고 해경은 전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진 ‘마약 판매 주점’이었다고 한다.


통영해경, 외국인 마약사범 15명 검거


경남 통영해양경찰서가 어선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있다.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남해안 일대 외국인 근로자에게 마약류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베트남 국적 외국인 15명을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해경은 이 중 마약류를 유통ㆍ판매한 혐의로 붙잡힌 A씨(20대) 등 7명을 구속 송치했다. 단순 투약한 B씨(20대) 등 8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로부터 엑스터시 304정과 케타민 11.95g 등 6500만원 상당 마약류를 압수했다.

외국인 주점ㆍ클럽서 마약 팔아


경남 통영해양경찰서가 어선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있다.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해경에 따르면 A씨 등 7명은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남해안 일대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을 선원과 조선소 용접공 등 외국인에게 유통ㆍ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상위 마약 유통책이 경남 김해ㆍ부산 중간판매책에게 공급한 마약을 ‘던지기’ 방식으로 전달, 거제 일대 노래주점ㆍ외국인 전용 클럽ㆍ마사지숍 등에 파는 방식이었다. 이들 가게에서 경남 거제ㆍ통영ㆍ고성 지역 선원, 양식장 인부, 조선소 용접공 등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마약류를 판매해 왔다. B씨 등 투약자 8명은 남해안 연근해 어선 선원 3명, 양식장 인부 1명, 유흥접객원 3명, 유학생 1명이었다.

거제ㆍ통영ㆍ고성은 조선소·양식장·어선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생활하고 있다. 해경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고성 베트남 유흥주점서 ‘마약파티’ 즐긴 외국인 선원 2명 등 4명을 검거했다. 해경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마약류 유통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마약 유통…해경 “대책 필요해”


경남 통영해양경찰서가 압수한 마약류.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이번에 검거된 외국인 마약 유통ㆍ판매책 7명 중 5명이 불법체류자였다. 나머지 2명은 결혼이주여성으로, 국적 취득 후 이혼한 다음 마약 유통ㆍ판매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약자 가운데 절반(4명)도 불법체류자였으며 결혼이주여성 3명과 합법 체류자 1명이 포함됐다.

불법체류자는 이름·생년월일·얼굴 등 신원 확인이 쉽지 않아 검거에 애를 먹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출입국사무소에 신원을 확인하려면 이름·생년월일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불법체류자들은대포폰을 많이 쓰다 보니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4월 초 검거 과정에서 2명이 대구·경북 포항으로 달아난 적이 있다”며 “이때 이들이 같은 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 누구인지 특정이 가능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검거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마약범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영·거제·고성=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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