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조례' 개정안 대구시의회 상임위 통과... "거수기 전락"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대구시의회. |
ⓒ 대구시의회 |
토론 청구 가능 인원수를 늘리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대구시 정책토론청구 조례 개정안이 지난 1일 대구시의회 상임위에서 일부 수정돼 통과하자 시민단체들이 '시의회가 대구시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인환)는 지난 1일 오전 회의를 열고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해, 청구 인원을 당초 대구시가 제안한 1500명에서 1200명으로 300명 낮춘 수정안을 가결했다.
앞서 대구시는 2008년부터 운영돼온 정책토론 제도를 시민의 참여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며 지난 3월 입법예고했다.
시가 마련한 개정안은 청구 인원을 당초 300명에서 1500명으로 확대하고 1년 이내에 토론회를 실시한 적이 있거나 처리된 지 2년이 지난 사무는 토론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구시는 "정책토론청구 제도의 청구인 수 요건이 전국 최저 수준이고 군위군 편입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주장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돼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내용의 문구가 삽입됐다가 삭제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대구시의 개정안은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해당 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시민들의 토론 창구까지 막으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이날 안건을 심의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인환 위원장은 "대구시가 좋은 정책을 마련해놓고 조례를 개정하면서 실제로 차단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 아니냐"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당초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시민 참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현 의원도 "300명으로 15년을 운영했는데 행정의 비효율, 전국 평균 형평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급격한 변화"라며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니까 시민들께선 못하게 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서울·경기는 5000명이고 기초자치단체도 500명인데 인구 250만인 대구시가 기초지자체보다 적다"며 "이번에 정상화하려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또 "토론해야 할 주제도 경제, 산업, 물, 신천 개발, 교통 등 많은데 어찌보면 복지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며 "정책 토론을 청구하는 집단의 대표성이 있느냐는 것에도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획행정위는 청구인원수를 1200명으로 줄이고 다른 사유는 삭제해 대구시가 제출한 안보다 다소 완화된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 의결했다.
대구 시민단체 "시의회, 홍준표 거수기인가"
조례 개정을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은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일 공동성명을 통해 "대구시의회 상임위에서 일어난 의결과정에서 보여준 대구시의 모습과 시의회의 대응은 시종일관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황순조 기획조정실장은 조례 개정안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제도의 도입 취지와 역사조차도 알고 있지 못했다"며 "제도 도입과정을 왜곡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는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이유로 '정상화'라는 이유를 제시했다"며 "15년 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21회 정책토론을 개최한 것이 비정상이라는 얘기다. 시민들이 정책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토론을 자유롭게 하는 게 정상적인 지방자치 아닌가"라고 따졌다.
대구시의회에 대해서도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과연 대구시의회가 시민의 대변자인지 홍준표의 거수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며 "아무런 토론도 없이 의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대구시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방자치에 전혀 부합하지도 않고 주민참여를 후퇴시킨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시민참여의 진입벽을 높인 책임은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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