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역전세난 우려…특히 이런 아파트가 더 위험하다
지난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시행으로 급등했던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전세난은 전세 시세가 2년 전 처음 전세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것을 가리킨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일수록 이런 역전세난에 더욱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올해 초부터 4월 26일까지 전세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 동일 단지·동일 면적의 전세 계약이 2년 전 같은 기간에 한 건 이상 체결된 3만2022건의 최고 거래가를 비교한 결과, 이전 거래보다 가격이 내려간 ‘하락 거래’ 비중이 62%(1만9928건)로 나타났다.
하락 거래는 수도권 66%(1만9543건 중 1만2846건), 비수도권 57%(1만2479건 중 7082건)로 수도권 비중이 높았다. 시도별로는 대구(87.0%), 세종(78.4%), 대전(70.8%), 인천(70.5%), 부산(69.6%), 울산(68.2%), 경기(66.0%), 서울(64.2%) 등의 순이었다.
수도권 등 주택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 전세 하락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고금리 등으로 인한 부동산 침체기에 이들 지역에서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크게 내리면서 이전 계약보다 낮은 가격에 신규 계약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새 아파트일수록 역전세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국 연식 구간별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5년 이내(-5.85%), 6∼10년 이내(-4.70%), 10년 초과(-0.40%) 순이었다. 2년 전 대비 올해 전세 하락 거래 비중도 5년 이내 신축이 70.9%(4324건 중 3066건)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하락 거래 비중은 73.8%(2260건 중 1669건)로, 비수도권 67.7%(2064건 대비 1397건)보다 높았다. 실제 2019년 입주를 시작한 4932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의 경우 2021년 4월 보증금 8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에는 이보다 1억원 내린 7억5000만원에 재계약됐다. 9510가구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59㎡도 2년 전 9억5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 내린 7억9000만원에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수역연구원은 “전셋값 약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고점이었던 2021년∼2022년 초까지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료 시점이 속속 도래하기때문에 역전세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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