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말란 檢 갔다가 퇴짜 맞은 송영길…민주당조차 "황당하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 상에 놓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검찰에 아무런 상의 없이 출두했으나, 청사 출입이 거절된 채 규탄 기자회견만 열었다. 송 전 대표의 ‘셀프 출석’을 두고 같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9분쯤 굳은 표정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으로 들어섰다. 송 전 대표는 청사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검사님 면담할 수 있을까요?”“통화 연결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출입이 거절됐다.
10여분 만에 검찰청사를 다시 빠져나온 그는 현관 앞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A4용지 6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25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적 기획 수사’‘이중 별건 수사’ 등으로 규정하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자신의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을 통한 경선 자금 조달 의혹에 대해선 “회계장부를 압수해갔으니 분석해보면 나오겠지만 한 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귀국 8일 만에 자진 출두를 감행한 배경에 대해선 “제 발로 들어온 사람을 출국 금지하고 수사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살포 자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엔 즉답을 피한 채 “검찰 수사를 통해 대응하고 기소되면 법정에서 다투겠다”며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셀프 출석’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이미 탈당까지 한 송 전 대표가 판단한 일인데, 우리가 왈가불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본인이 오죽 답답하겠느냐. (녹취록에) 본인 이름이 거명된 것이지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통화는 안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 행보가 결국 당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본인 입장에서 흔쾌하게 밝힐 게 아니면 로우키(low-key)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권은 송 전 대표의 자진 출두를 ‘꼼수 출두 쇼’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범죄 피의자도 자기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송 전 대표가 지금 할 일은 위장 탈당 쇼, 꼼수 출두 쇼가 아니라 돈 봉투 의원들과 함께 솔직하게 모든 진상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당의 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나 한 명으로 퉁치자’는 식으로 사법 거래를 시도해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위문희·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누구에게 받아야 할지…" 고 서세원 빈소에 찾아간 채권자 | 중앙일보
- "신입생 때리고 성기 잡았다"…무서운 운동부 '중2 선배' | 중앙일보
- 아내의 일탈, 남편이 신고…산속 천막 '도리짓고땡' 딱 걸렸다 | 중앙일보
- "임창정, 주가조작 전혀 몰랐다고?" 피해자 변호사가 본 영상엔 | 중앙일보
- "41㎏에 1년 생리 안했는데 임신" 만삭 때도 암벽 오른 김자인 | 중앙일보
- 출시 동시에 품절…편의점서 "숨겨놓고 판다"는 이 맥주, 뭐길래 | 중앙일보
- 남친과 대만 여행 간 한국 여성, 호텔서 숨진채 발견…부검 결과 보니 | 중앙일보
- 실제 동안이 더 오래 살았다...덴마크 쌍둥이 187쌍 추적 결과 | 중앙일보
- 집 없어 길에서 잔다는데…연 40만명 이민자 몰려간 나라 | 중앙일보
- 피부관리실 웬 타는 냄새…"기미 없앤다" 레이저 펜 든 업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