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검증 대구MBC에 "사과 때까지 취재거부" 발끈한 대구시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홍준표 대구시장. |
ⓒ 조정훈 |
대구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을 검증 방송을 내보낸 대구MBC에 '공식 사과 등의 조치를 취할 때까지 취재를 거부하겠다'면서 보도자료 배포를 끊고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해서는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지역 야권에선 "민주주의 퇴행"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MBC가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TK신공항에 대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 편파 보도했다"며 "즉각 공식 사과하고 시도민이 수긍할 만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구MBC가 요구하는 취재를 거부하고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MBC는 지난달 30일 <시사톡톡>의 '뉴스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의 제목으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이 방송에 출연한 이태우 대구MBC 기자 등은 TK신공항 특별법 초안에 있던 3.8km의 활주로 길이가 빠지고 '중추공항'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점 등을 들어 공항을 이전하더라도 지금의 대구공항을 조금 키워 위치만 옮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공항 특별법에는 공항 조성 사업비가 당초 예상 금액을 초과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비 지원은 재정사업인 부산 가덕도 공항으로 가고 TK신공항은 후순위로 밀리게 돼 예산이 없으면 지원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이 'TK신공항 만들어놓고 텅 빈 공항으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한 것은 특별법에 빠진 게 너무 많으니 이런 걱정이 들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편파보도 묵과 못해" 취재 제한 검토
대구MBC의 이같은 보도에 대구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시는 다음 날인 1일 반박문을 통해 특별법 초안에서 활주로 길이 등이 빠졌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정부계획 단계 반영사업으로,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사전타당성 조사에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공항으로 건설되도록(한다는 대구시 계획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없으면 기부대양여 차액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예산활동에 기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며 "기부대양여 차액 국비지원은 이미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국회도 동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TK신공항을 만들어놓고 텅빈 공항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홍 시장 발언과 관련해서도 "미래를 면밀히 준비하자는 취지를 몰이해하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대구MBC의 보도에 대해 그동안 무대응 원칙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편파 보도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시는 2일부터 대구MBC에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취재 편의를 위한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수차례 왜곡, 편향 보도에도 대응하지 않고 참아왔지만 이번 보도는 악의에 가득찬 편파, 왜곡 보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참지 않고 대응할 생각"이라며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을 짓밟는 이런 작태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분노했다.
▲ 대구MBC 시사 프로그램 <시사톡톡>.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후 이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자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는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 대구MBC |
지역 정치권 "언론 재갈물리기, 지금이 신군부인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가 대구MBC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지역 정치권은 일제히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2일 논평을 통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MBC 신공항 건설 보도 관련해 시도하는 언론 재갈물리기를 강력히 성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취재 거부라는 언론 재갈물리기 시도는 1980년 전두환 시대 언론 통폐합에 따른 신 보도지침의 부활이라는 것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홍 시장의 대응은 감정이 섞여 판단이 떨어지고 선후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이름을 두 개 만든 대통령은 맘에 안 든다고 언론사를 비행기에 태우지도 않고 광역단체장이란 사람은 취재 거부를 지시하니 이게 전두환 신군부 시대 보도지침이 아니고 뭔가"라며 "지금이 신군부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에 불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인터뷰하고 시민들에게 설명을 해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라며 "어차피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면 언론은 그냥 쓰면 된다. 누가 더 옳은지는 어차피 대구시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왜곡, 편파 보도라면 언론사와 싸우시라"며 "그래도 취재 거부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방송 내용에 왜곡과 폄하가 있다면 토론하고 논쟁하면 될 일"이라며 "그런데 그 대응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 취임 후 대구시는 인권위원회를 없앴고 시청 앞 집회와 1인 시위를 금지했다"며 "일련의 일들은 시민의 입을 막고 참여를 제한하는 민주주의 퇴행적 모습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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