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경제수장 "3국 손잡으면, 세계경제 회복 엔진 될 것"
한ㆍ중ㆍ일 경제수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 최근 둔화된 3국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를 계기로 마련된 한중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개회사에서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고, 아세안+3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며 “한중일 협력이 세계 경제의 빠르고 지속 가능한 회복의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뒤이어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의제를 사전 점검하고, 3국간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 성격이다. 2019년 5월 이후 4년 만에 대면회의로 진행됐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에 따르면 지난해 한중일 3국은 코로나19에도 2.6% 성장했고, 올해는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국은 회의 후 공동 메시지에서 “대면 회의 재개를 계기로, 장관 및 총재, 차관 등 고위급과 실무급 협의체를 통해 지역 및 3국 금융협력 강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ㆍ유럽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ㆍ아세안+3국이 외환위기 발생을 막기 위해 체결한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CMIM 강화를 위해선 페이드인 캐피탈(평시에 회원국의 출자를 통해 기금 조성) 등 재원 구조에 대한 점검이 중요하다”며 “3국이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 논의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어진 아세안+3국 회의에서 “CMIM 실효성 강화를 위해 자본조달구조를 약정기반 시스템에서 펀드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연구를 제안했다. 위기 발생시 각국으로부터 자금을 조달ㆍ공급하는 게 아니라 평시에 자금을 조달해뒀다가 위기가 발생하면 바로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아세안+3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속금융제도와 유사한 ‘신속금융대출제도’를 도입해 팬데믹, 자연재해 등 발생시 회원국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에선 이번 회의에 당초 장관급인 류쿤 재정부장과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차관급인 왕 동웨이 부부장과 천칭 인민은행 국제심의관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이번 회의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 인도 뱅갈루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도 류쿤 재정부장과 이강 총재가 불참했고, 4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회의에는 이강 총재만 참석했다”며 “개최국이 한국인 것과 특별한 관련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송도에선 2016년 8월 이후 중단됐던 한ㆍ일 재무장관 회의도 7년만에 성사됐다. 추 부총리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을 만나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이 조속히 완료되길 희망한다”며 “12년 만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됐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G7 재무장관회의에 일본이 한국을 초청하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협력을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올해 일본에서도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고 내달 초 일본 측 재무관(차관급)을 한국에 보내 회의를 준비하기로 했다. 다만 2015년 이후 끊긴 한ㆍ일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다.
2일 개막한 ADB 총회는 ‘다시 도약하는 아시아:회복, 연대, 개혁’을 주제로 5일까지 열린다. 4년 만의 대면 행사인 이번 총회에는 최대 50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협력 증진을 위해 매년 각 회원국에서 번갈아 개최하는데 국내에서 열린 건 1970년 서울, 2004년 제주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한국은 ADB가 창립된 1966년 참여했고 경인고속도로 개통 비용 일부를 지원받은 수혜국이었지만 1988년 공식적으로 공여국 지위에 올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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