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가려진 '아세안' 그늘, 7개월 역성장에 수출 2위→3위
중국발(發) 수출 한파에 가려진 아세안(ASEAN) 시장의 그늘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7개월 연속 역성장에 수출액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對) 아세안 수출은 지난해 10월(-5.7%)부터 7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수출이 역성장한 기간과 겹친다. 특히 지난달 수출(83억 달러)은 -26.3%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주요 수출 지역 중에선 중국(-26.5%) 다음으로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4월 대 아세안 수출이 주요 지역 중 최대인 38.4%의 증가 폭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부진엔 글로벌 IT(정보기술) 수요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한국에서 반도체를 수출하면 이곳에서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의 완제품을 생산해 각국으로 보내는 식의 무역 구조가 흔들린 것이다. 삼성전자 공장 등이 있는 베트남의 1분기 대 세계 수출 증감률이 -11.7%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대표적 중간재인 반도체의 아세안 수출액은 12억3000만 달러(4월 1~25일)로 1년 전보다 39.7% 급감했다. 석유화학(-43.4%), 가전(-16.7%), 철강(-16.1%) 수출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수출입 통계서 가장 우려되는 게 아세안이다. 워낙 안 좋은 중국·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세안으로의 수출까지 계속 떨어지는 건 수출 부진이 국제화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수출액 2위를 굳건히 지켰던 아세안 시장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는 미국에 밀리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미국에 이은 3위 자리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약 1000만 달러 차로 23개월 만에 미국에 역전된 뒤, 올해 2~4월엔 계속 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엔 미국과 아세안의 수출액 격차가 8억9000만 달러에 달했다. 1~2위인 중·미 간 차이(3억3000만 달러)보다 훨씬 벌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흑자 시장'이라는 지위도 흔들릴 조짐이다. 올해 1~4월 아세안의 무역흑자 규모는 지난해 1~4월(159억7000만 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는 77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108억6000만 달러)에 크게 뒤진 액수다.
국내 전체 수출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7%(4월 기준)에 달한다. 성장 잠재력이 크고, 국내 기업의 주요 생산기지 역할인 아세안이 침체에서 벗어나야 수출 반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 빠른 수출 회복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주요국 금리 인상, 은행발 금융 불안 등 변수가 많아서다. 전 세계 반도체 경기도 빨라야 3~4분기에나 상승세로 돌아설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은 "미국·유럽연합(EU) 등으로의 수출길이 좁아진 아세안 국가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등은 내수 경기까지 크게 휘청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아세안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크게 줄지 않은 편이라 올 하반기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혜택을 볼 여지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아세안 전체를 묶는 공급망 협력·투자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수출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아세안 내에서도 베트남·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태국 등은 수출 둔화 요인이 서로 다르다. 정확한 국가별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소비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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