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날렸다" 쏟아진 인증…이젠 개인파산 속출 우려 커진다

장원석 2023. 5. 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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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창구를 통해 쏟아진 매물 폭탄으로 인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여진이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의 손실 규모가 서서히 드러나면서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개인 파산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인 만큼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해서다. 개인투자자가 파산을 택하면 거래를 취급한 국내 증권사가 채무를 떠안게 된다. 상황에 따라 증권사가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SG증권발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관련 CCTV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일 이들 종목의 주가가 다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투자자의 손실 규모를 대략 추산할 수 있게 된 건 지난달 28일 이들 종목이 반등하며 하한가 행진이 일단 끝났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자 손실을 인증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손실 정산금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에 최대 2.5배의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투자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매수∙매도 차액만 결제하고, 40%의 증거금만 유지하면 된다. 가령 증거금 1억원이 있다면 2억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데 차익은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문제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다.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빠지면 증권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하는 즉, 반대매매가 실행된다. 매수할 상대방이 없으면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손실은 계속 불어난다.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인 만큼 투자자는 원금은 물론 빌린 돈까지 증권사에 물어줘야 한다. CFD는 통상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와 투자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다. 하지만 단순 중개로 보긴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와 수익을 공유하는 대신 미수채권이 발생할 때 회수 부담을 국내 증권사가 지기 때문이다.

CFD 거래는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을 한 사람만 할 수 있다. 2019년 등록 요건을 완화하면서 2019년 3000명 정도였던 개인 전문투자자는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요건은 최근 5년 중 1년 이상 투자금융상품 잔고가 5000만원 이상인 사람 중 연 소득 1억원 이상이거나 순 자산(주택 제외)이 5억원 이상인 경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 중에 의사 등 고액 자산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득 요건만 보면 중산층도 다수 포함돼 있을 듯하다”며 “갑작스러운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하는 투자자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만약 투자자가 채무를 갚을 수 없다면 손실은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CFD 거래 잔고 금액은 3조5000억원이다. 증권사별 잔고는 교보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 순으로 많다. CFD 거래 수수료는 일반 주식 거래의 최대 10배에 달한다. 중형급 증권사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가 화를 자초한 셈이다.

일단 업계에선 잔고가 많은 증권사의 경우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투자자 중 현실적으로 파산 신청이 불가능한 자산가가 많아 증권사에 모든 손실을 전가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일 거란 의미다.

수사 단계를 거치며 불완전 판매 등 여러 분쟁 요소가 불거질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외 파생상품에도 투자자에 대한 설명 의무가 있는데 원금 이상의 손실 위험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알리고 계좌 개설을 했는지 등이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만약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과거 키코 사태 때처럼 증권사가 손실 금액을 보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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