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의 일부분이 된 자전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희종 기자]
은퇴 후 친구들과 아내를 동반한 식사 후, 느닷없이 자전거 가게로 들어섰다. 기백만 원은 하니 아내의 힘을 빌려야 해서다. 어쩔 수 없었던 아내, 은퇴하는 남편의 놀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안장에 올라 자전거를 타는 길, 도저히 엉덩이가 아파 탈 수가 없다. 몇 km를 가다 내리고, 다시 타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아내를 설득해 기백만 원을 주고 사들인 자전거, 반품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밤새도록 고심하고 일어난 아침,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을 누비다 은퇴후에 만난 자전거,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낙동강을 따라 부산으로 향하고, 섬진강을 따라 광양으로 달려본다. 언제나 친구들이 있고 자전거가 있어 즐거운 삶의 순간들이다. |
ⓒ 박희종 |
포항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주파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길을 해내고 말았다. 그 후, 낙동강 줄기를 따라 부산을 갈 수 있었고, 섬진강을 따라 광양까지 가고 말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친구들이 있고 자전거가 있으니 언제나 즐거운 삶이 되었다. 늙어가는 청춘의 새로운 삶, 자전거가 만들어주었다. 햇살이 가득한 아침,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나섰다. 세월이 변해 농로가 잘 정리되어 자동차가 오고 갈 수 있다.
새봄이면 널따란 들판 따라 초록이 가득하다. 초록의 물감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감히 생각도 못했던 환희가 찾아온다. 더위가 찾아온 도심, 시원한 바람을 타고 강가를 누빈다.
▲ 친구들과의 자전거 길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를 즐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곳곳의 자전거길을 찾아 나선다. 상주에서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 길,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나들이 길이다. |
ⓒ 박희종 |
긴 언덕이 앞을 보이지만 서서히 근육의 힘을 빌려본다. 허벅지가 뻐근하고 숨소리가 거칠어도 시원한 바람이 있고, 맑은 공기가 있다. 서둘러 고개를 넘으면 맑은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있을 것 같은 세월은 금방 일 년을 삼키고 만다. 언제 더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시냇물을 따라 달려가는 길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냇가에 나와 있는 오리 한쌍이 물살을 가른다. 평화롭기만 하던 오리의 물밑 발길은 바쁘기만 하다. 언제나 쉼만 있을 것 같았던 오리의 발길은 쉼이 아니었다.
자전거 길에서 만나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다시 만난 오리 한쌍은 새끼들을 거느리고 있다. 목을 빼고 사방을 경계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옆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에 관심도 없다. 사람은 다슬기를 잡고, 오리는 먹이를 찾으면 되는가 보다.
자연의 어울림이 너무나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자전거길에서 만나는 삶의 이야기들이다. 늙어갈 줄 몰랐던 철부지가 자전거에 몸을 싣고 들판을 달리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고도는 은퇴후의 삶이다.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전거길, 오늘도 파란 들판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본 여론조사 결과
- 눈물의 한라산, 이 사람이 23년간 찾아낸 것
- '좌파가 KBS라디오 점령했다'는 박대출, 질문 받자 "기자들 예의가 없다"
- 한 시간 오열하는 아들... 스페인 첫날부터 난관입니다
- 프랑스 의대생이 도시 관광 대신 찾아간 곳
- 자진 출두했다 검찰 로비에서 막힌 송영길 "저를 구속해 달라"
- 한국외대 시일야방성대곡 "굴욕외교 윤 대통령, 국민에 사죄하라"
- [오마이포토2023] 침통한 민주노총 "건설노동자 사망, 전방위적 탄압 결과"
- 분신 노동자 사망에 탄식한 이재명 "분노 금할 수 없어"
- 기시다 일본 총리, 7~8일 실무 방한... "셔틀외교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