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불끄는 데 7시간… '안전' 대책 제대로 수립 해야"
전기차 보급이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사고시 화재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전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긴 주행거리보다도 배터리 안전성 등을 면밀히 살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낮추고, 신뢰를 확보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2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안전’을 주제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최대열 한국자동차기자협회장은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40만여 대로 전체 등록차량의 1.6% 수준이며, 최근 들어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며 "대다수 전기차가 5년 미만 차량으로 대부분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 관리의 필요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최근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르게 이뤄지는데 비해 안전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서 각계 전문가들이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기 전에 미래차에 대한 충분한 안전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간의 전기차 사용 경험을 통해 배터리로 인한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렵고, 그 상황을 미리 감지 또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일단 발화됐을 때 빠르게 열 폭주 현상으로 진행되면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조차 어려울 수도 있다”며 “단순히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적절한 운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제는 보다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과 달리 사고시 배터리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있지만, 문제는 화재시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원인 규명이 쉽지않다는 점이다. 이에 전기차 화재를 부추길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미연에 방지하고 제도적인 부분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석주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은 "향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고전원 배터리에 대해 사전에 정부가 승인하고 제작에서부터 폐차 및 재활용까지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동 축전지 사전 승인 및 이력 관리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현재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배터리 1개의 셀에서 문제가 발생해 화재 발생 시 충분히 사람이 탈출할 수 있도록 다른 셀로 빠른 전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열전이 지연 성능에 대한 평가 방법(열전이 시험)을 개발 논의 중에 있고, 전기차 주행거리에 따른 성능 기준(SOH)도 신설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화재가 정형화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나는 만큼 화재 시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충전기 업체, 유지보수 업체 등 다양한 업체가 관련돼있는 만큼 각 프로세스에 맞는 적절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후경 이브이올(EVall) 대표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해야한다. 화재와 관련된 각 전문가들이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제작사에서 긴급상황에서 화재를 지연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적용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하고, 충전기와 유지보수 시스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기차 사고에 대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부를 비롯한 제작사의 관심과 협조가 없으면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중될 것이고, 시장성 또한 불투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와 미래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지기 전에 관계자 모두가 합심해 체계적인 안전 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급발진 의심 201건 중 전기차는 20건이나 된다"며 "자동차 및 전기차 전문가, 교통사고 전문 법조인, 급발진 추정 사고 관련 임상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학계 및 공공기관 전문가, 소비자단체 전문가, 제조사 관계자 등이 모여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충전 관련 법안도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충전시설이 지하에 설치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현 주차장법에는 별도의 안전 설비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최근 3년간 충전 과정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9건으로 사고 원인 2위다. 충전시설에 대해 소방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보다 상세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광범 법무법인 세종 고문도 "지하에서 전기차 충전 중 발생하는 화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SOC(배터리 충전 상태) 100%로 돼있는 지하 충전시설의 완속 충전기를 100% 이하로 제한해 화재 발생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전기차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와 논의도 필요하다고 봤다. 내연기관 시대에 차량을 테스트할 때 급제동, 급가속을 일삼던 미디어 리뷰 문화 역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채영석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은 "전기차 안전은 화재와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룬다. 2021년 4월 1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S 차량의 충돌 후 화재 당시 소방관 8명이 전기차의 불을 끄는 데만 7시간이 걸렸고 2만 8천 갤런의 물이 사용됐다"고 했다.
이어 "중량 증가로 인한 주행 중 자동차의 거동 변화와 충돌 사고 발생 시 대상물의 충격 강도의 증가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여전히 내연기관 시대의 감각으로 급가속과 급제동, 과격한 운전을 조장하는 리뷰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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