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잠들기 전에 끝낸다" 달라진 메이저리그 규칙
[윤현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새 규칙 도입 효과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 AP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며 벌어진 변화를 소개했다.
AP통신은 2일(한국 시각) 메이저리그가 개막 한 달 동안 9이닝당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 37분을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 3시간 5분보다 28분이나 단축됐다고 밝혔다.
경기 시간 단축은 메이저리그의 최대 고민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올 시즌부터 '피치 클록'(pitch clock)을 도입했다. 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어도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피치 클록이 끝나기 8초 전에 무조건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투수가 피치 클록을 위반할 경우 볼 1개, 타자가 위반하면 스트라이크 1개가 자동으로 주어진다. 피치 클록 위반은 지난달 총 425경기에서 313차례 발생하면서 경기당 0.74개를 기록했다.
AP통신은 "경기 시간이 줄어들면서 선수와 구단 직원들은 가족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에이스 투수 셰인 비버는 "경기 시간이 줄어 확실히 삶이 편해졌다"라고 만족했다.
경기 시간 단축은 '미래의 야구팬'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미 CBS방송은 "야구 경기가 끝나는 밤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어린이가 얼마나 될까"라며 "어린이 팬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야구 인기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풋볼리그(NFL), 미국프로농구(NBA) 등 다른 프로 스포츠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은 새 규칙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수와 포수가 의사소통하는 시간이 줄었고, 준비 시간이 길었던 선수들도 습관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카고 컵스의 코디 벨린저는 친정팀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환영의 기립 박수를 보내자 모자를 벗어 인사하다가 피치 클록을 위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베이스 크기 늘리자 도루 폭발적 증가... '한국인 도루왕'도 기대
메이저리그는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 야수들이 상태 타자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쳐 수비하는 시프트를 금지했다. 그러자 타자들의 타율이 훌쩍 올라갔다. 좌타자 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0.229에서 0.247로, 우타자는 0.234에서 0.250으로 나아졌다.
뉴욕 양키스의 좌타자 앤소니 리조는 "안타 10개 정도는 이득을 본 것 같다"라며 "공을 제대로 잘 쳤으면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시프트 금지를 환영했다.
또한 야수와 주자의 충돌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해 베이스 크기를 종전 15제곱인치에서 18제곱인치로 키웠고, 투수들의 견제를 제한하면서 도루도 늘어났다. 경기당 도루는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1.4개로 늘어나면서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1999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도루가 늘어나면서 장타력이 부족하더라도 발 빠른 선수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배지환은 올 시즌 11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라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으로 도루왕에 도전하고 있다.
안타와 도루가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득점도 많아졌다. 경기 시간은 줄고, 공격적인 야구라는 '일거양득'으로 메이저리그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새 규칙 도입을 자문했던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의 전 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현재까지 데이터상으로 나타난 효과는 아주 좋다(really promising)"라며 "단순히 홈런으로 점수를 올리는 것에서 인플레이 타율이 증가하고 도루도 늘어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경기가 더 재미있어졌다"라고 강조했다.
변화 두려워 않는 MLB... 계속되는 실험
메이저리그는 또 다른 변화도 준비하고 있다. 지명 대주자, 더블 훅 지명타자 등을 도입하기 위해 파트너 관계인 독립리그 애틀랜틱리그(ALPB)에서 시험하고 있다.
지명 대주자는 각 구단이 선발 명단에 없는 선수를 경기 중 언제든 대주자로 기용할 수 있고, 대주자 임무가 끝난 뒤 원래 타자가 타석과 수비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다. 이를 통해 타선의 공격력을 유지하면서 더욱 속도감 있는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선발 투수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더블 훅 지명 타자 규칙도 준비하고 있다. 선발 투수가 최소 5이닝 이상을 소화해야만 지명타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경기에서 지명타자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밖에도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거나 투수판에서 내려와 피치 클록을 초기화하는 것도 메이저리그는 2차례 가능하지만, 애틀랜틱리그에서는 한 차례만 허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이 같은 규칙들의 효과가 좋다면 내년 시즌부터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모건 소드 MLB 부사장은 "애틀랜틱리그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에 감사하다"라며 "최근 실험하고 있는 규칙은 운동 능력, 경기 속도 향상, 팬을 위한 경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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