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불소 오염의 진실

2023. 5. 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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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신청사 부지가 불소(플루오린)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환경부가 2002년 불소를 토양환경보전법의 '오염물질'로 추가 지정한 결과다.

토양의 불소 오염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가 불소의 토양 오염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화학적인 이유가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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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신청사 부지가 불소(플루오린)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3만㎡의 부지에서 6만t의 토양을 정화해야 하는 모양이다. 1년이 넘는 시간과 57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환경부가 2002년 불소를 토양환경보전법의 ‘오염물질’로 추가 지정한 결과다. 토양의 불소 오염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가 불소의 토양 오염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화학적인 이유가 분명치 않다. 토양의 불소 오염에 의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더욱이 전기음성도와 화학적 결합력이 매우 큰 불소는 환경에 누출되면 즉시 안정화되어 버린다. 특히 온갖 불순물이 뒤섞여 있는 토양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물론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맹독성의 불화수소(불산)와 같은 불소 소재가 직접 대기 중으로 누출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공장에서도 불화수소에 의한 실내 공기 오염을 경계한다. 실내 공기 중의 불소 농도는 2.0ppm을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그런 산업현장에서조차 불소에 의한 심각한 토양 오염이 확인된 적은 없다. 불소를 사용하는 산업현장이 흔한 것도 아니다.

토양에서 검출되는 불소는 대부분 불화칼슘이 주성분인 형석(螢石)·불화인회석 등의 천연 광물질에서 유래된 것이다. 마그마가 식어서 만들어지는 화성암의 일종인 형석·불화인회석은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분포한다. 결국 우리나라 토양에서 대체로 250ppm을 넘는 불소가 검출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결국 환경부의 허용기준 400ppm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다.)

천연 광물에서 유래된 불소가 들어있는 토양이 인체·생태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토양에 들어있는 불소가 기체 상태의 라돈이나 벤젠·톨루엔 등의 휘발성 유기용매(VOC)처럼 실내외의 공기를 오염시킬 우려도 없다. 토양에서 불소가 검출된다고 무작정 토지 이용을 포기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런 사정은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오염물질로 분류하는 카드뮴·구리·비소·수은·납·6가크롬·아연·니켈 등의 ‘중금속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자연에서 유래된 불소에 의한 지하수의 오염은 경계해야 한다. 불소에 오염된 물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반복적으로 마시면 치아에 흰 반점이 생기는 반상치(斑狀齒)가 생기거나 골격이 변형될 수 있다. 먹는 물의 불소 허용기준을 2.0ppm이다. 지하수를 식수로 쓰려면 반드시 불소에 대한 수질 검사가 필요하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불소에 의한 오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불화수소(불산)는 공기 중에 누출되면 곧바로 흩어져 버린다. 건물 외장이나 주방용기의 코팅제로 사용하는 PTFE(테플론)는 화학적으로 안정해서 토양 오염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던 CFC(프레온)는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로 생산·사용이 금지되었다. 불소가 포함된 농약이 있기는 하지만 토양 오염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자연적으로 유래된 불소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은 어리석은 것이다. 특히 자연적으로 유래된 불소의 경우에는 특별한 정화 기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멀쩡한 흙은 파서 다른 곳에 버린다고 토양 환경이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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