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키움증권, 라덕연 고소…“명예 심각히 훼손”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감독원 주최로 열린 증권업계 사장단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회장과 키움증권이 자신들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 배후로 지목한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2일 라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고소장에서 “라씨는 지난달 28일 방송 인터뷰에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원인이 고소인들에게 있다는 취지로 허위 및 악의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회장 다우데이타 주식 매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면서 “주가조작 세력과 연계된 사실은 전혀 없고 라씨도 어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라씨는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마치 김 회장이 위법행위를 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모종의 세력과 연계해 불순한 목적을 갖고 주식 가격을 폭락시켰다는 것은 그룹 총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가 하락을 위해 키움증권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는 취지의 라씨 발언은 실시간으로 자동실행되는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며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했다. 키움증권 명예를 훼손하고 신용을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강조했다.

라씨는 이번 사태 핵심 인물로 투자를 일임한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주식 계좌를 만든 뒤 통정거래(같은 세력끼리 주식을 팔고 사며 주가를 움직이는 수법)로 수년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린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라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 주범으로 김 회장을 사실상 지목했다.

김 회장이 승계 목적으로 다우데이타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게 라씨 주장이다.

김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계열사 다우데이타 지분이 폭락하기 직전 지분 3.65%를 매도해 약 600억원을 챙겼다.

만일 김 회장이 지난달 27일 지분을 팔았다면 차익으로 약 200억원밖에 건지지 못했다.

김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실탄’을 최대한 챙긴 셈이다.

반면 김 회장 매도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향후 세 자녀들에게 주식을 물려주기 더욱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증권가 안팎에선 ‘김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라씨는 자본시장법상 시장 교란 혐의로 김 회장을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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