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사흘간 1억6000만명 대이동…노동절 연휴 ‘망망인해’
교통체증·주차난 근본적 해결책 요구도 빗발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 기간인 중국은 요즘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인파로 가득한 거리에 익숙한 중국인들조차 “놀러 갔다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인산인해도 봤다”며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처음 맞은 노동절 연휴인 데다 고강도 방역 3년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따뜻한 날씨와 맞물려 폭발한 결과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고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랐지만 중국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국인들은 코로나 봉쇄 이후 어렵게 다시 찾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노동절 연휴 나흘째인 2일 중국 포털 바이두와 웨이보 등 SNS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관광지 사진과 영상이 쉴새 없이 올라왔다. 저장성 항저우의 서호, 장쑤성 난징의 부자묘 거리, 베이징 이화원, 윈난성 다리고성, 산시성 시안의 다안탑 등 인기 관광지는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연휴 첫날인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사흘 동안 철도, 도로, 수로, 항공을 이용한 승객이 1억5932만4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9% 늘었다. 오는 3일까지 전체 연휴 기간 여행객 수는 2억4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104%)으로 코로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상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중국 상무부는 연휴 기간 요식업 매출이 전년 대비 61.7%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소비는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엔진이며 더 나은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며 “전 세계가 다시 활기 넘치고 역동적인 중국을 보고 있다”고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봉쇄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노동절 축하 메시지를 통해 “노동자들이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해 중국식 현대화를 착실히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각급 당 위원회와 정부는 노동을 소중히 여기고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화장실 노숙이나 낙타 신호등 설치 등의 진풍경도 벌어졌다. 중국의 명산으로 꼽히는 안후이성 황산에선 지난달 29일 하산 시간을 놓친 사람들이 공중화장실에서 밤을 새웠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수십 명의 남성들이 화장실 바닥에 앉아 있거나 쪼그린 채 누워 있고 ‘이곳에서 잠을 자려면 다른 사람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황산 관리사무소 측은 숙소를 잡지 못한 800여명을 위해 호텔 로비와 식당 등을 개방했다.
충칭의 야경 명소인 천시문 대교는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자 다리 입구를 봉쇄했다. 허베이성 스자좡의 한 동물원에서는 구경 온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일이 벌어졌다. 간쑤성 둔황에는 사막 체험객이 몰려들면서 지방 정부가 사고 예방을 위해 사막 한 가운데에 낙타 전용 신호등을 설치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공중화장실마다 수백m의 긴 줄이 이어지는 건 흔한 장면이다.
저장성 항저우의 도심 교차로에선 주황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X자 형태로 인간띠를 만들어 차량과 보행자 흐름을 통제했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는데 시급까지 줘 가며 사람을 동원할 일이냐고 비난했다. 해당 사진이 포털 등에서 화제가 되자 당국은 “연휴 기간 항저우를 찾는 관광객들은 도로 상황에 익숙하지 않고 한꺼번에 사람이 몰려 압사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자원 봉사자들은 관광객을 안내하는 동시에 차량 흐름을 빠르게 해 교통 운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휴 때마다 반복되는 교통 체증과 주차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SNS에 “교통 체증 등의 문제는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라 도로 계획, 건설,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일부 관광지는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일방통행으로만 다닐 수 있게 해 혼잡을 부추기고 있다”고 썼다.
연휴 기간 극장가는 애국주의 영화가 휩쓸었다. 중국 박스오피스 자료 제공 사이트 덩타에 따르면 1일 오후 노동절 연휴 영화 흥행 수입이 10억 위안(1900억원)을 넘어섰다. 흥행을 주도한 영화는 중국판 탑건으로 불리는 ‘장공지왕’이다. 중국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서방의 견제 속에 최첨단 전투기를 개발하고 에이스 조종사가 시험 비행에 나서며 한계에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J-20을 비롯해 J-16, J-10C 등이 등장한다.
중국은 음력 설인 춘제, 국경절 등의 연휴 때마다 ‘장진호’ ‘만강홍’ ‘유랑지구2’ 등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경절엔 중국 외교관들의 아프리카 교민 철수 활약상을 담은 ‘만리귀도’가 인기를 끌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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