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미 대통령의 15분을 지운 韓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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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백악관 모처로부터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환영 행사에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을 초청하려고 하는데 조용하게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난달 26일 오전 10시부터 백악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공식 환영 행사가 열렸다.
양국 대통령 내외가 입장하기 직전에 어린이 합창단이 아리랑과 뮤지컬 '애니' 삽입곡 '내일(tomorrow)'를 부른 후 백악관 안으로 들어가 예정된 45초가량의 합창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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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백악관 모처로부터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환영 행사에 뉴저지 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을 초청하려고 하는데 조용하게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즉시 합창단 단장을 섭외해 행사를 성사시켰다.
한 달이 지난 지난달 26일 오전 10시부터 백악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공식 환영 행사가 열렸다. 백악관 본관 2층 발코니 계단에 한복을 차려입은 한인 어린이 합창단 50여명이 정렬했다. 양국 대통령 내외가 입장하기 직전에 어린이 합창단이 아리랑과 뮤지컬 ‘애니’ 삽입곡 ‘내일(tomorrow)‘를 부른 후 백악관 안으로 들어가 예정된 45초가량의 합창 준비를 했다. 필자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직원과 함께 합창단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백악관 메인홀 로비와 발코니가 연결된 문이 열리며 한미 양국 대통령 내외가 입장하자 피아노 반주와 함께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 내외가 합창단 앞에서 우뚝 섰다. 바이든 대통령을 따르던 윤석렬 대통령 내외도 덩달아서 섰다. 아리랑이 끝나자 질 바이든 여사가 제일 먼저 탄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쳤다. 바이든 대통령도 박수를 치고 윤 대통령 내외도 박수를 쳤다. 바이든 대통령 내외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주며 아이들과 어울렸다. 눈치 빠른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의 노래 한 곡을 더 들으시지요." 두 정상 내외가 나란히 섰고 합창단은 "Tomorrow"를 합창했다.
길어야 1분이던 계획이 이미 8분을 지나고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대통령 밀착 수행원의 모습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한 아이가 어디서 왔냐는 바이든 대통령의 질문에 작은 소리로 뉴저지주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뉴저지주 옆의 델라웨어주에서 왔고 질 바이든은 같은 뉴저지주 출신이다. 우리가 같은 방향에서 왔다"고 말하고 백악관에 또 와 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바이든 여사는 황현주 합창단장에게 합창단이 어떤 학교 소속이냐고 물었다. 황 단장이 우리는 주말에 한 번씩 수업하는 학생들이고 모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학교에 결석계를 내고 왔다고 대답했다. 공립학교 교사인 황 단장이 "어제 저녁이 학부모들과 만나는 날이라서 호텔에서 화상으로 면담을 했다"고 말하자 바이든 여사는 "나도 학생들의 중간고사 채점을 하느라 너무나 바빠서 사무실에서 그 일을 하다가 여기로 내려왔다"고 말하며 공감했다. 1분 정도 예상했던 시간이 벌써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수행직원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불러세워서 두 정상 내외와 함께 기념 촬영까지 했다.
백악관은 이 비공개 행사를 대외비로 부탁했지만 수 시간 후에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경쟁하듯 트위터에 사진을 올려서 일반인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전에도 백악관의 고위직에 한국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백악관에서 일하는 한국계들은 한인사회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그때완 다르다. 한인공동체의 일원이란 아이덴티티가 명료하다. 자신들의 어릴 적을 생각하면서 백악관에 한인 어린이를 끌어들일 생각을 한 것이다.
이번 일에 핵심적으로 활약한 백악관의 한 20대의 한인 청년은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손님으로 오는 날이 그에게 얼마나 특별했던지 양복 안에다가 개량한복의 조끼를 입고 온 것을 필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코리언 아메리칸의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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