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찾은 존 볼턴 “중국에 약하게 보이는 것이 최악의 행동”

신경진 2023. 5. 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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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존 볼턴(왼쪽)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만인공공사무회(FOPA, Formosan Association for Public Affairs) 창립 40주년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존 볼턴(75)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대만에서 중국의 침공 대비를 촉구하면서 “중국에 약하게 보이는 것은 우리 중 누군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대만의 민간 우호협회인 대만인공공사무회(FOPA, Formosan Association for Public Affairs) 창립 40주년 만찬에 참석해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 자리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현상 변경을 기도하는 유일한 대상으로 중국을 지목했다고 2일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국제 지정학의 지각판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포스트 냉전 시대는 이미 끝났다. 국제 정세가 새로운 위험기에 진입했고, 시진핑(習近平)이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로디미르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현재 세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축심(軸心)을 만들고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의 분쟁 지역에 해·공군 기지를 건설하는 등 인도·태평양과 전지구에서 패권을 차지하려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모두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때 그들 역시 위협을 받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수호의 중요성을 담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볼턴은 대만해협의 현상을 바꾸려 하는 쪽은 대만이라는 중국의 논리를 공격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단지 하나의 나라만 도발하고 지역 내 현상을 바꾸려 기도하고 있으며 이는 바로 중국”이라면서 “근본적으로 대만의 자유로운 제도, 대만의 존재가 중국에 도발적”이라고 지적했다.

볼턴은 나아가 미국과 대만의 외교관계 수립까지 주장했다. 그는 “23년 전 미국은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승인해야 한다고 제창했다”며 “당시는 물론 지금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 간에 군사·정보 기구 사이의 깊이 있는 협력이 필요하고 이것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것이라며 만일 협력을 늦추다가 위기가 폭발하면 그때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도 했다.


볼턴 “힘이 아니라 연약함이 도발적”


볼턴은 “대만과 동반자 국가가 힘을 증강하는 것만이 중국이 군사 행동을 취할 동기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를 지키고 싶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쟁을 막기 위함이다. 힘은 도발이 아니라, 연약함이 도발”이라며 “중국에 약하게 보이는 것은 우리 중 누군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라고 역설했다.
1일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 관저에서 존 볼턴(왼쪽)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접견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후 볼턴 전 보좌관을 관저로 초대해 접견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만찬에 참석했다. 차이 총통은 연설에서 “근래 중국이 군사훈련을 통해 위협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면서 전체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평화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대만인은 민주와 자유의 최전선(最前線)에서 어렵게 쟁취한 민주와 인권을 굳게 수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번 대만 방문은 특히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 가운데 처음이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볼턴은 올해 1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로는 안 된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로버트 차오 “한·미·일 국민 80%가 중공에 반감”


한편 이날 만찬에는 대만 IT 업계의 거물인 로버트 차오(曹興誠) 롄화전자(聯華電子, UMC) 창업자가 참석해 “대만 문제는 없고 단지 중국 문제만 있다”며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한·미·일 등 나라의 80%가 넘는 국민이 중공에 반감을 갖게 됐다. 이는 대만에 기회로, 중국이 감히 대만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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