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이 백정현의 도전을 보고 느낀 것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에이스 원태인(23)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대표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했지만,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한 원태인의 분투는 박수를 받았다.
원태인은 귀국 후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4이닝을 퍼펙트로 막아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정작 개막 후 첫 두 경기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 세 번째 등판이던 지난달 1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잘 던져 첫 승을 신고했지만, 바로 다음 경기인 2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다시 6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최근 대구에서 만난 원태인은 "롯데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준비하면서도 컨디션이 좋아 KIA전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하필 경기 당일 독감에 걸려 1회부터 흔들렸다"며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해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든 경기였다"고 돌이켰다.
다행히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원태인은 지난달 29일 KT 위즈전에서 7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의 연승을 이어갔다. KT 에이스 고영표(7이닝 3실점)와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판정승했다. 원태인은 "최대한 오래 던지고 싶었는데, 팀의 믿음에 부합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비로소 활짝 웃었다.
시즌 초 짧은 부침을 겪던 원태인은 지난달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선배 투수 백정현(36)의 투구를 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백정현은 그날 8회 1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다 아쉽게 대기록을 놓쳤다. 백정현이 첫 안타를 허용하는 순간, 유독 안타까워하던 원태인의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여러 번 리플레이되기도 했다.
원태인은 "정현이 형이 그리 빠르지 않은 공(최고 시속 138㎞)으로도 자신 있게 거침 없이 승부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전에 안 좋았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나도 잊고 지내던 것들이 생각났다"며 "내가 그동안 '너무 힘으로만 던지려고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냥 타자를 상대로 내 공을 던지면 되는데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9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게임'은 모든 선발 투수가 한번쯤 품어보는 꿈이다. 원태인은 "어릴 때는 자기 전에 내가 퍼펙트게임에 성공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며 "다만 나는 늘 길어야 3~4회 안에 안타를 맞아서 희망도 한 번 못 가져봤다"며 웃었다.
퍼펙트게임에 아웃카운트 5개 차까지 다가갔던 친한 선배의 호투는 원태인에게 새삼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긴 했다. 그러다 다음 등판에서 1회부터 바로 얻어 맞았다. 다시는 그런 마음을 먹지 않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신 "앞으로 나도 백정현 형처럼 꼭 내 공을 믿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태인은 요즘 '긴 이닝 소화'와 '변화구 완급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시즌 초반 부하가 걸린 불펜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원태인은 가장 최근 등판인 KT전에서 공 113개를 뿌리며 7회까지 버텼다. 앞선 KIA전에서는 1회 5점을 내주고도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5이닝을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내는 책임감을 보였다.
원태인은 "선발 투수가 오래 던지려면 무조건 완급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다만 나는 아직 젊으니 직구로는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하고 싶다"며 "대신 변화구로 최대한 완급 조절을 하려고 한다. 아직 벨런스가 100%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조만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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