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냐 탑데냐’ 8연승 롯데, 금주 험난한 6연전
5월 첫 고비, 나란히 5연승 달린 KIA·삼성과 맞대결
롯데 자이언츠에 봄날이 찾아온 것일까.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처럼 부산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부산갈매기’를 부르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호했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펼쳐진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투수 2관왕’ 안우진을 상대로 활발한 공격을 펼친 끝에 5-3으로 이겼다. 이대호 은퇴 경기 이후 200여일 만에 매진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는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0년 6월12일 이후 4705일만의 8연승이자 2012년 7월7일 이후 3949만의 정규시즌 1위(10경기 이상 기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양승호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에 벌어졌던 사건이다.
무려 13년 만에 8연승을 내달린 롯데는 단독 1위 자리에서 5월을 맞이하게 됐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롯데를 우승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5강 후보로도 거론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롯데 전력을 하위권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롯데 팬들 유니폼 등번호 위에는 이제 ‘탑데’도 새겨졌다.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나 선수들이나 꿈같은 봄날을 보내고 있다. 구장 안팎의 상인들도 희색이 만면하다.
단독 1위로 맞이하는 5월은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늘 시즌 초반 반짝하고 꺼지는 경우가 많았던 롯데는 봄에만 잘한다는 비아냥거림 속에 ‘봄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붙어있는 팀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4월 14승1무9패(승률 0.609)를 기록하며 SSG(19승1무5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승수만 놓고 보면 올해와 같다. 하지만 5월 10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하위권까지 내려갔다. 거포 한동희의 갑작스러운 부진과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전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다시 한 번 ‘봄데’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올해는 정말 다르지 않겠냐”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커진다. 끈질긴 팀컬러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14승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역전승이다. 찬물을 끼얹는 어이없는 수비도 많이 줄었다. 현재 롯데의 팀 실책은 두 번째(13개)로 적다. 팀 타율 역시 리그 2위(0.304)다.
지난 시즌에 비해 롯데는 선수층이 한층 두꺼워졌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포수도 FA 시장에서 유강남을 4년 80억원에 영입해 해결했다. 방출됐지만 즉시 전력감인 베테랑들도 불펜에 합류했다. 주전급 몇몇에게 의존하던 시즌과는 차이가 있다.
‘봄데’ 이미지가 짙은 만큼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지금의 상승세가 5월 초반 꺾인다면, 다시 ‘봄데’의 공포가 선수들에게 엄습할 수 있다. 놀랐던 전문가들이나 기대가 컸던 팬들이나 ‘또 봄데구나’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주 일정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첫 주 일정부터 험난하다. 이번 주 롯데는 KIA 타이거즈(광주)-삼성 라이온즈(부산)와 6연전을 치른다. 단독 1위까지 치고 올라온 롯데의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두 팀 모두 롯데와 마찬가지로 개막 초반 부진을 딛고 나란히 5연승을 달리며 중위권으로 진입했다.
KIA는 지난 주말 잠실야구장에서 LG트윈스를 상대로 약 6년 만에 3연전을 스윕했다. 눈에 띄게 집중력이 높아진 삼성은 최근 5경기 연속 1점차 승리를 거두고 있다. 결코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다.
선발진에서 고군분투하는 나균안(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만으로는 불펜의 과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큰 실망을 안기고 있는 스트레일리-반즈의 놀랄 만한 반등과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박세웅이 살아나야 롯데는 지속 가능한 상승세를 탈 수 있다. 로테이션대로라면 금주 3명의 선발 모두 등판할 예정이다.
‘봄데’냐 ‘탑데’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