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이진복' 녹취에 與 당무개입 논란 불씨

박현주 2023. 5. 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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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과장 섞인 것…공천 언급 없었다"
"정무수석이 공천 협박", "당무개입" 비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하면 공천은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통령실 당무 개입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이 수석과 태 최고위원은 공천 관련 이야기를 나눈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앞서 MBC는 지난달 9일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 회의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에서 "(이 수석이)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태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본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되어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이어 "녹취에서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한테 의견을 물으면 답을 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게 공천을 주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태 의원이 전화해서 (보좌진에게) '설명하다 보니 조금 과장되게 얘기를 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논란은 지난 전당대회 때도 김기현 당시 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과 공천을 협의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불거진 바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례를 언급하며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의 불법 공천개입으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검찰에서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면서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역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희도 당연히 당정 간에 협의하지만 그간 최고위원들에게 구체적으로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은 생각을 못 해봤다"며 "'야당 공세에 대해 당에서 설명, 해명을 잘해달라, 강하게 대응해달라' 이런 논의는 할 수 있지만 공천 얘기를 하는 것은 지금 2023년이 맞나,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양 당사자가 공천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하는 상황인데 당 차원에서 이거에 대한 입장을 정하거나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취록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얼추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대충 그려지지만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마치 검사가 수사상황을 설명하듯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두 사람(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이 지금 부인하고 있고 제 입장에서는 부인하는 걸 반박할 만한 근거자료가 저한테 없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 의원은 당 윤리위에서 태 최고위원의 설화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된 것과 관련해 "(녹취록 유출 등) 태영호 의원실 자체의 부실 관리, 책임 문제는 태 최고위원 본인한테 있는 것 같고, 지금 징계 심의가 시작됐으니 (상황을) 악화시키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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