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주가 폭락 ‘네 탓’ 공방…라덕연은 민사소송 대비?
김익래 회장에 대한 의혹 커져…라씨 투자자 일부 법적 책임 질 수도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성홀딩스·선광·서울가스·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 등에 대한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라덕연씨는 주가 급락 원인을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블록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익래 회장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키움증권은 오늘(2일) 중 라씨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주가 급락 사태 피해자들은 라씨를 사기죄 등으로 고소했다.
지난달 24일 대성홀딩스·선광·서울가스·삼천리·세방·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다우데이타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SG증권이 매도 창구 상위에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금융위원회와 검찰이 해당 종목 주가 상승과 관련해 라씨를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 조작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라씨는 다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은 오히려 피해자이고, 김익래 회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주가 폭락 직전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회장이 주식을 블록딜로 대량 매도하면서 이들이 주가 조작 사실을 미리 알고 처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라덕연 "주가 급락 책임 없다"…민사소송 대비?
금융투자업계는 라씨의 주장과 관련해 수사에서 진위 여부가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통정거래 자체가 주가 조작의 일부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라씨가 운영한 자문사 고객의 거래 내역을 맞춰보면 통정거래 여부는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라씨가 주가 급락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재판 이후에 벌어질 민사소송에 대비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행법은 주가 조작에 따른 부당 이득액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부당 이익 박탈·환수 등 경제 제재 수단이 미흡하다.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민사소송에선 주가 급락 책임 소재가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소송할 대상을 찾을 때 배상할 능력이 있는지도 따져본다"며 "본인이 손실도 크다면서 배상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래 회장, 이상징후 정말 몰랐을까?
김익래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매도했다.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26.66%에서 23.01%로 낮아졌다. 주식 매도로 605억원을 확보했다. 매수 창구는 모건스탠리였다. 거래 주체는 외국인으로 확인됐는데, CFD 계좌를 통한 거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키움증권의 황현순 사장은 지난달 28일 "공교롭게도 그때 (김익래 회장이) 매각을 했을 뿐"이라며 "라 대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익래 회장을 오래 보좌한 다우키움그룹 고위 관계자도 김 회장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일축했다.
다만 김 회장이 라씨와 전혀 연관이 없더라도 이상징후는 파악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시기에 다우데이타 주가가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지난해 6월 말 1만200원에서 지난해 12월 말 3만2750원으로 뛰었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9월 사이 다우데이타 주식 3만48855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1만3000원대이던 다우데이타 주가는 이후 계속 올랐다.
올 들어서도 다우데이타 주가 상승 흐름은 이어졌고, 2월 초 주가는 5만5000원까지 올랐다. 주가 상승 원인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매집하는 투자자 또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우데이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지분 1%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 수는 8935명으로 2021년 말 대비 40.1% 감소했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도 29.7%에서 21.7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67.05%에서 67.07%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1% 이상 보유한 주주가 늘면서 소액주주가 줄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기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주주명부를 확인하고 예년과 다른 점은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관계자는 "주주명부에서 지분 1% 이상 보유한 주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실무선에서는 과거와 다른 점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씨에 투자한 사람들도 과연 피해자인가?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피해자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무법인 이강은 폭락 사태 피해자 10여 명을 대리해 주가 조작 일당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우편으로 제출했다. 주가 조작 세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피해자들은 수사 경과를 보면서 민사소송도 제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무법인 대건도 조만간 피해자 100여 명을 대리해 주가 조작 세력을 사기·배임 등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다.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라씨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를 일단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라씨에게 속았다며 고소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투자자들이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큰 돈을 맡겼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투자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보를 많이 받은 투자자와 적게 받은 투자자로 나뉠 수는 있다. 라씨가 밝힌 1000명 안팎의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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