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대신 공청회, 미술관에서 열린 기후범죄 재판

김형순 2023. 5. 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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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네덜란드 등 9개 국가관 전시, 7월 9일까지

[김형순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국가관) 전시 포스터
ⓒ 김형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본전시에 이어, 동시대 다양한 세계미술을 알리는 9개국 '파빌리온(국가관)' 전시가 광주에서 7월 9일까지 열린다. 도시 전체가 큰 미술관이 되는 셈이다. 관객들이 더 폭넓게 다국적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일종의 '파쿠어스(Parcours 도심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작품 감상하는 코스)' 방식이다.

[관련기사 :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대중과 만난 세계미술축제]

베니스비엔날레에 가보면, 정원을 뜻하는 '자르디니' 구역에 30여 개 국가관 전시장이 따로 있다. 우리로서는 좀 부러운 점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앞으로 국가관을 20개까지 확장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8년 3개국 참가하는 국가관 전시가 처음 열었고, 2021년에는 코로나로 2개국, 올해 2023년에는 9개국으로 늘었다.

이번 국가관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 이이남스튜디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은암미술관, 이강하미술관, 양림미술관, 갤러리포도나무, 10년후그라운드' 등에서 열린다. 각국 대사관(문화원), 문화위원회, 디지털아트센터, 캐나다(이누이트)협회가 지원했다.

캐나다 국가관
 
 울루시 사일러(Ooloosia Saila) I '언덕이 둘러싸인 곳' 외 색연필 잉크 2021~2022
ⓒ 김형순
 
우선 '캐나다 국가관'을 보자. 큐레이터는 윌리엄 H. W. 바핀(W. H. W. Baffin)이 맡았다. 제목은 '신화, 현실이 되다', 장소는 이강하미술관이다. 올해가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이라 의의가 더 크다. 이번엔 캐나다 작가보다 캐나다 '원주민 이누이트' 회화 전이다. 조각도 소개된다. 정말 때 묻지 순수한 자연의 그림이다. 32명 작가의 최신작 90점이다.

이누이트 족의 그림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의 식민 지배와 강제 이주 등 고통 속에서 피어났다. 이들은 그림을 맑은 영혼과 정신을 지키는 하나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다고. 그들의 태곳적 신화와 정신적 가치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사실 우리 혈통과도 닮았다.

특히 '키발릭(Kivalliq)' 지역에서 나오는 현무암은 회색과 검은색을 띤 단단한 돌이다. 여기에 새긴 이누이트 조각은 도끼, 끌, 망치로 만든다. 단순한 형태지만, 세련되게 잘 다듬어졌다. 마치 우리에게 물아일체의 정신이 있듯, 이들에게는 인간과 야생동물이 하나라는 발상이 작품에 깔려 있다. 이런 이누이트 아트가 국내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탈리아 국가관
 
 카밀라 알베르티(Camilla Alberti) I 'Learning in Dis-binding' 서울예대(안산) 학들과 합작, 산업폐기물 등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만든 콜라주 설치작품 2023
ⓒ 김형순
 
이탈리아 국가관 전시는 동곡미술관에서 열렸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이 직접 나와 취재를 설명했다. 문화전쟁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전시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다. 문화 수출의 중요함을 아는 이탈리아는 비엔날레를 처음 시작한 나라가 아닌가.

제목은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 5명의 작가는 물이라는 은유를 연결고리로 삼고 고고학적 상상력과 미래 비전을 함께 묶어 탐구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 자연과 인간과 우주가 지속 가능하게 공존을 이룰 수 있다는 신화를 일궈냈다.

카밀라 알베르티(Camilla Alberti) 작가의 작품, 괄목할 만했다. 그녀는 버려진 물건을 단순히 재활용 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활용하는 '업사이클 아트(Upcycle Art)'를 시도하는 설치미술가다. 위에서 보듯 괴물 형상은 환경 파괴를 일삼는 우리를 닮았다.

이 작가는 한국에서 90일간 미술 레지던시에 참가 중이다. 올 1월부터 약 2개월 서울예대(안산) 학생들과 안산 해안지역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버려진 산업폐기물, 유기물 파편, 해양쓰레기 등을 수집해 그걸로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더 일깨워준 것 같다. 그래서 제목에 '학습(Learning in Dis-binding)'이 들어갔다.

스위스 국가관
 
 플로리안 아모저(F. Amoser) I '풀리지 않는 스펙터클(Aporetic Spectacle)' 2017 이 작가의 사진은 고정된 게 아니라 마치 흔들리는 물체처럼 보인다
ⓒ 김형순
 
이이남스튜디오에서 열린 스위스 국가관 제목은 '공간을 넘어서(Spaceless)'다. 스위스 로잔 대학 출신과 한국 중앙대 출신 사진가 8명이 참가했다. 지구촌 시공간 경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사진술을 접하게 된다. 약 50점의 사진과 영상을 선보인다.

위 사진의 주인공인 F. 아모저는 특히 관점의 이동과 시각의 인지 방식의 변화를 중시하는 실험적 사진가다. 그는 직선적 원근법을 넘어 컴퓨터로 사진을 찍는다. 건축학도 공부한 그는 기존의 사진 개념을 확장해 대상을 건축하듯 설계하듯 대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GPS로 찍는 드론 카메라와 3D 작업과 작가는 직접 만든 '스플라이서' 등이 동원된다.

네덜란드 국가관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전쟁' 증거재판 퍼포먼스 4월 7일~9일까지 2023 '라다 드수자(R. D’Souza)' 작가, '요나스 스탈(J. Staal)' 작가, 통역사, '조주현' 큐레이터(오른쪽) 일종의 퍼포먼스 아트다.
ⓒ 김형순
 
네덜란드 국가관은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 전쟁' 제목으로 광주시립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열렸다. 공청회가 전시를 대신한다. 프레이머 프레임드(F. Framed)가 기획했다. 조주현 큐레이터와 예술, 선전, 민주주의의 관계를 다루는 요나스 스탈(Jonas Staal) 작가와 국제법 분쟁 전문가 라다 드수자(Radha D'Souza) 작가가 참여했다.

모래주머니, 기름통, 철조망 같은 설치물은 지금 인류가 생존을 위한 최전선을 상징한다. 군산복합체가 끊임없이 환경을 파괴하며 기후범죄를 자행하는데 반대하는 대안 법정이나 다름 아니다. 지난 4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증거재판도 실제로 열렸다.

이 기후범죄 재판소는 현재 군산지역의 미군기지 확장을 촉진을 위한 간척사업과 신공항 건설 등 새만금지역을 훼손하는 대한민국 국토교통부를 기소했다. 공판도 진행되었다. 배심원으로 참석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가 증언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중국 국가관
 
 우딩위(Wu Dingyu) I '산수가유(山水 可遊)-춤추는 대나무(Windy Bamboo)' 종합재료 160×395×70cm
ⓒ 김형순
 
이번엔 중국 국가관 전시를 보자. 은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역시 대나무(竹畵)는 사군자의 하나로 동양미의 진수다. '죽의심원'(竹意心源: 대나무 의중으로 본 심경)이 주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랄까? 큐레이터 우웨이산은 산을 뼈로 삼고 물을 영혼으로 삼아 대나무를 현대적 조각, 영상, 전자 아트로 구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위 작품은 우딩위(Wu Dingyu) 작가의 작품이다. 제목이 '산수가유(山水可遊): 춤추는 대나무(Windy Bamboo)'다. 그는 중국 미디어대 교수, 조각가협회 사무총장, 베이징시 건설문화 설계자로 공공미술, 도시디자인, 국가·브랜드 생성에 분투하는 아트 행정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국가관
 
 루스 파티르(Ruth Patir) I '제하바1(Zehava1)' 3D 애니메이션 비디오 2분 38초 2022" 애니메이션 작품이라 여기서는 영상처럼 볼 수는 없다. 점토로 만든 고대 조각상이 디지털 공간에 옮겨진다. 3천년 전에 화석처럼 동결된 가나안의 다신 인형에게 춤출 기회가 주어진다
ⓒ 광주비엔날레(파티르)
 
이스라엘 국가관 전시는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열렸다. 큐레이팅은 우디 에델만(Udi Edelman)이 맡았다. 제목은 '불규칙한 사물들'이다. 영상, 오브제 및 설치 등 장르가 다양하다. 우리 주변의 사물과 사람을 매개하기 위해 대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를 묻는다.

이번에 12명 작가가 참가했다. 그중 이스라엘 문화부로부터 2018년 '젊은 비디오아티스트' 상을 받은 루스 파티르(Ruth Patir, 1984년생)를 보자. 그녀는 퍼포먼스도 하는 영화감독이다. 위를 보면 3천년간 화석인 가나안 여신들이 살아나 춤을 추고 죽은 세상을 다시 살려내는 모습이다. 파티르 작가는 여성과 젠더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우크라이나·폴란드·프랑스 국가관
 
 '마리우폴' 감독 영화 I '잃지 않은 희망' 다큐멘터리 62분, 2022
ⓒ 김형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가관에서는 지금 참혹한 전쟁 속에 놓인 나라답게 '자유의 영토' 등 조국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를 상영한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해 달라는 올레샤 모르후네치사옌코 감독의 '캐롤 오브 더 벨스', 마리우폴 감독의 '잃지 않은 희망', 미하일로 일리엔코 감독의 '톨로카'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갤러리포도나무에서는 폴란드 국가관 전시가 열린다. 베니스 폴란드관 큐레이터였던 세바스찬 치호츠키도 참가했다. 공공프로그램으로 일상에서 미술을 경험하는 차세대 아트 의회(Post Artistic Assembly)도 '10년 후 그라운드' 카페에서 열린다.

그리고 양림갤러리에서는 '프랑스 국가관('꿈은 제목이 없다')' 전시가 열린다.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언급상을 받은 지네브 세디라(Z. Sedira) 작가가 선정됐다.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준 60~70년대 사회문제를 이슈로 한다. 이를 한국문화에 맞게 재조정했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가 뭐냐고 작가에게 직접 묻어보니, '자유(liberté)'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4회 광주비엔날레 국가관(파빌리온) 관련 사진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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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탈리아 관련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KkG4HzkBYfU <우크라이나 관련 유튜브> https://www.acc.go.kr/main/event.do?PID=0302&action=Read&bnkey=EM_00000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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