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바친 연구, 후회한다"…구글에 사표 낸 'AI 대부'[뉴스속 인물]
기업 경쟁이 AI 오용 등 부추길까 우려
인공지능(AI)에 인간의 뇌 속 뉴런과 같은 '인공 신경망'을 넣자고 제안, 50여년간 AI를 연구해온 'AI 대부' 제프리 힌턴(76) 박사가 구글을 떠났다. 챗GPT 흥행을 계기로 AI 주도권을 둘러싼 기업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사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 그는 반세기 동안 해왔던 자신의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 힌턴 박사는 누구?
뉴욕타임스(NYT) 1일(현지시간) 힌턴 박사가 지난달 구글에 사표를 냈다고 보도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대 컴퓨터과학 교수 재직시절 창업한 AI 업체 'DNN리서치'가 2013년 구글에 인수된 이후 구글 소속으로 연구 활동을 지속해왔다. 사표를 낸 뒤 최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통화를 했고, 현재는 토론토 자택에 머물고 있다.
영국 태생인 그는 에든버러대 박사 과정에 적을 뒀던 1972년부터 AI를 연구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인간이 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 신경망'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연구자로 꼽힌다. 당초 동료 연구자들은 그의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연구를 지속해 인공 신경망을 현실화하는 데 공헌했다.
힌턴 박사가 2012년 제자 2명과 함께 창업한 DNN리서치는 컴퓨터가 수천장의 사진을 분석해 꽃이나 개, 자동차 같은 사물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후 구글이 4400만달러(약 590억원)에 DNN리서치를 인수했고, 이 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 챗GPT의 탄생에 공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힌턴 박사와 제자 2명은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을 2018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AI 분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힌턴 박사는 구글 퇴사 소식을 전하며 자신이 평생 이룬 성과가 후회된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AI는 "내가 연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연구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면서도 "악당들이 이(AI)를 나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힘들어했다.
◆ 힌턴 박사는 왜 후회한다고 했을까힌턴 박사는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는 구글과 결별한 이유를 두고 AI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10년간 일한 조직에서 벗어나 AI가 인류에게 미칠 나쁜 영향을 자유롭게 경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소속이 있다는 이유로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 각종 AI 전문가 등이 "AI 개발을 6개월간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 공개서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힌턴 박사는 그동안 언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 기계가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구글과 오픈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AI가 일부 기능에 있어서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쩌면 이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뇌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낫다"고 표현했다.
특히 힌턴 박사는 기업이 AI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AI 시스템이 점점 더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생성형 AI 기술 개발, 도입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경고다. 그는 "(AI 기술이) 5년 전과 지금 어떠한지 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언급을 하면서 영리기업이 AI 혁신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구글에서 AI 연구를 해온 그는 지난해까지 구글이 '적절한 조정자'의 역할을 하면서 AI가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은 MS가 빙 검색 엔진에 AI 챗봇을 탑재하면서 순식간에 바뀌었고 구글이 경쟁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힌턴 박사는 기술 기업들이 '멈출 수 없는 경쟁'에 갇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힌턴 박사는 NYT 기사 보도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구글은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힌턴 박사가 당장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인터넷에 가짜 사진, 동영상 등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일반인은 더 이상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챗GPT 등이 인간의 업무 능력을 보완하기도 하지만 비서나 번역가 등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힌턴 박사는 AI 연구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밀리에 개발해도 타국의 추적이 가능한 핵무기와 달리 AI는 규제가 도입돼도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연구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이 AI 연구의 위험성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자체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힌턴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 로봇'이 현실이 되는 날이 두렵다고도 했다.
힌턴 박사는 "이 물건(AI)이 실제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소수만 했고 대부분은 하지 않았다. 나는 AI가 사람보다 똑똑해지려면 30~50년, 또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면서 "하지만 분명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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