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약자의 전술은 바로 웃음"

박향숙 2023. 5. 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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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형철, 제 1호 시선집 <가장 가벼운 웃음> 출간회 가져

[박향숙 기자]

고향 군산을 출향한 지 50년 만에 돌아온 시인. 평화의 강력한 코드로 웃음을 일 번으로 세우는 시인. 말랭이 마을 1인 출판사 '봄날의 산책'에서는 강형철 시인(1955년 군산 출생)의 첫 시선집 <가장 가벼운 웃음>을 위한 출간회를 가졌다. 지난 4월 29일 말랭이 골목잔치의 문화행사로 준비한 출간회는 궂은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 덕분에 빛이 났다.
 
▲ 강형철시선집 <가장가벼운 웃음> 지역의 독립출판사와 함께 군산시선집을 꿈꾸는 강시인
ⓒ 박향숙
 
이번 시선집에는 강 시인의 첫 시집 '해망동 일기'(1989)를 포함하여 2집 '야트막한 사랑'(1993), 3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었다'(2002) 그리고 4집 '환생'(2013)에서 뽑은 시 58편과 근작시(2013-2022) 14편을 합하여 총 72편의 시가 수록됐다.

강 시인 시선집의 출발은 군산 문화도시센터의 '군산의 시선' 시리즈 1호로 출발했지만 올 봄 일부 개정을 통해 재출간했다. 고향에 정착한 그가 지난 삶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희망하는 글도 산문 형식으로 함께 나왔다.

가난했던 초중고 시절 내내 장래희망은 언제나 대학진학과는 무관했다. 군산상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후 번듯하게 부모님의 소망을 이루며 서울의 모 은행에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가 어떤 경위를 거쳐 시인이 되었을까. 필자의 궁금증은 시인과의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저절로 풀어졌다. 그에게 시란 말 그대로 운명처럼 다가왔다.

고향 마을 옥구군 미면이 군산시로 편입되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던 해망동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첫 시집 <해망동 일기, 1989>. 그 시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지역민들이 그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추억의 열쇠고리, 언제든지 철거덕 하며 열리는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필자가 읽은 강 시인의 시 <야트막한 사랑>은 작년 여름 말랭이 책방 뒷담으로 줄기를 뻗어가는 능소화를 연상시켰다. 책방에서 보내는 '시가 있는 아침편지'의 선정 시로 뽑아서 '사랑하나 갖고 싶은' 독자들의 맘을 훔쳤다.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중략)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가슴이 뛸 만큼 다 뛰어서
짱뚱어 한 마리 등허리도 넘기 힘들어
개펄로 에돌아
서해 긴 포구를 잦아드는 밀물
마침내 한 바다를 이루는

강 시인은 2020년 숭의여대 교수 정년 때까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일시 귀향을 선택하며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그 후 그는 군산으로 완전한 정착을 하며 귀향 50년 만에 새로운 둥지를 만들어갔다.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삶터' 채우기 과정에서 지역을 바라보는 그의 맘에 새로운 활동 바로미터가 필요했다.
 
▲ 강형철시인 시선집 출간회 현장 작가와의 Talk Talk 시간
ⓒ 박향숙
 
4번째 시집 <환생>이후 10년 만에 보여준 그의 근작 시 중 2020.1월 새해 첫날 낭독시 <선양동에 뜨는 해>에서 시인은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짐한 부분이다. '다시 가야 한다고 / 선양동 너마 / 군산 너머 / 한 많은 전라도 넘아 / 외세가 제멋대로 그어 놓은 철조망 휴전선 넘어 / 참된 사람들의 진정한 세상 이루려 한다'

강 시인은 이 다짐을 바로 실천했다. 미군부대가 있는 하제에 있는 600년 된 팽나무 지키기 운동이다. 이 나무는 그저 오래된 나무를 벗어나, 군산이라는 지역을 포함해 이 나라 600세월의 희로애락을 알고 있는 유일신이라 생각했다. 또 하나 희망하는 활동으로 군산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시선집 준비다.

군산 시선집 대열에 꼭 들어야 할 시인으로 이광웅 시인을 말한다. 월북 시인 이용악과 오장환을 읽었다고 잡혀가 모진 고문 끝에 수감 생활 중 숨진 이광웅 시인. 그의 시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는 강 시인의 시론 '시란 목숨의 반성문'이라는 표현과 연결되는 것 같다.

강 시인이 출간회에서 나의 마음을 콕 하니 찍은 한 마디가 지금도 생생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약자의 전술은 바로 웃음이다'라는 말이다. 사회자로서 그의 말에 답하길, '평화를 위한 세상을 살아갈 때 웃음만이 최고의 전술이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약자가 되겠다'고 말을 전하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차장, 사무국장, 상임이사 등, 단체의 실무자를 맡으며 70-80년대 격변의 시절에 문학으로 세상에 항거한 많은 선배들의 뒤를 따랐다. 특별히 문학계의 거인 황석영 작가가 오셔서 강 시인에 대한 두터운 믿음 어린 덕담이 있었다.

시 한 줄에도 눈물을 짓고 웃음 짓는 그의 수수한 모습이 고향땅 이곳저곳에 뿌려질 것에 설렌다. 백 년 이상을 일본과 미국의 식민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군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그의 문학활동은 분명 쓰디쓴 하지만 반드시 근본의 병을 치료할 곤약이 되길 기대한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체득하지 않으면 시로 쓰기를 두려워하는 강 시인. 매양 가난의 뜻이 새롭게 전해온다는 강 시인. 그의 시 <아버지의 사랑말씀 4>- 아버님이 물려주신 가난의 뜻을/소중하게 간수하지 못하고/오늘 저는 도회지를 방황합니다/-에서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 군산시선집에 이광웅시인을 불러오는 강시인 '목숨을 걸고'라는 시를 쓴 이광웅시비(금강하구언 앞) 앞에서의 다짐
ⓒ 박향숙
 
신록으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오월이다. 강 시인의 오월에도 평화의 바람 물결이 가득 찰 것 같다. 미군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문제로 살던 주민들이 쫓겨나고 이제는 국방부 땅이 된 하제 마을과 빈 공간을 지키고 있는 팽나무 아래에서 이뤄지는 매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히 강 시인은 이 모임을 지역의 생태운동가들과 함께 진정한 생태운동으로까지 전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필자의 기대를 모으는 것 중 하나가 전국의 작가와 시인들을 팽나무 아래 불러 모아 팽나무와 평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계획이다(5월 20일 예정).

그 누구와도 싸움을 싫어하고 사람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자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천상 평화를 사랑하는 시인이다. 앞으로 그와 함께 전개될 평화대행진이 우리 군산 곳곳에서 펼쳐지기를 희망하며 우리 모두 그 길에 함께 서는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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