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보국' 앞장선 90년 인생…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별세(종합)

이명환 2023. 5. 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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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7시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JW그룹 관계자는 "이종호 명예회장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 전날(29일)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1966년 JW중외제약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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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수액' 위해 1600억원 투자
'약다운 약' 생산…R&D 투자 앞장서
3일 오전 발인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7시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사진제공=JW그룹]

JW그룹 관계자는 "이종호 명예회장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 전날(29일)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1966년 JW중외제약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1974년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해 '피바록신'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해냈다. 이 명예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2월에는 제14대 한국제약협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팔수록 손해 보는 수액 포기하려다 병원 불빛 보면 마음 바뀌어"

1987년 2월3일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가운데)이 수액 생산라인 자동화 사업 준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JW그룹]

이 명예회장은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70년대 당시 수액 한 병 납품할 때마다 원가가 나오지 않아 팔수록 손해였던 상황. 생산 중단을 고민하던 이 명예회장은 병원 불빛을 보며 "지금 이 순간에 저기서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싶은 마음이 들면서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생산을 이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2006년에는 1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내가 당진에 1600억원 들여서 한 개에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생산공장 짓는다니까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만든 한국 사람이 신약 개발을 왜 못해?"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왼쪽 두번째)이 1991년 11월18일 일본 주가이제약과 C&C신약연구소를 설립조인식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JW그룹]

"내가 신약 개발한다니까 예전에 한 보사부 장관이 '안 될 일에 왜 자꾸 돈을 쓰느냐'고 말리더라고요. 그때 내가 그랬어요. '반도체 누가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거 아닙니까?'라고."

연구개발(R&D)에도 힘을 쏟았다. '생명을 다루는 제약기업은 이윤도 중요하지만, 약다운 약을 생산해야 한다'는 창업정신이 밑바탕이었다. 그는 평소 "신약 개발로 벌어야지, 해외에 있는 약을 수입해서 판매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이 명예회장은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국내에 신약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이었다. 1992년에는 오늘날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합작 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를 일본 주가이제약과 50:50 지분투자를 통해 설립했다. 연구소는 현재 JW중외제약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연구소인 JW세리악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해냈다.

이외에도 사재를 출연한 사회공헌 사업에도 나섰다. 이 명예회장은 2011년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보건의료 분야 학술연구와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지금도 지역사회 대상 봉사활동과 기초과학자 주거비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월3일 오전 7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다.

JW그룹은 "평소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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