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결국 ‘JP모건’ 품으로...SVB 이후 세번째 美은행 파산 [글로벌 시황&이슈]

정연국 기자 2023. 5. 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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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정연국 기자]
[월가 인사이드] 퍼스트리퍼블릭, 결국 ‘JP모건’ 품으로 SVB 이후 세번째 美은행 파산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퍼스트리퍼블릭. 지난 3월 은행 위기 이후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으로 지목되며 대규모 뱅크런에 시달렸습니다.

이후 대형은행들이 약 300억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지만요. 오히려 실적 발표에서 예금 이탈이 확인되며 위기가 더욱 커졌고요. 결국 JP모간이 다시 한번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최종 인수하기로 결정났습니다. SVB 파산 이후 세 번째 주요 은행 파산이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 파산인데요. 위기설이 부각된 배경과, 시장은 JP모간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이 이번 위기에 유독 취약했던 이유는 은행 운영방식을 통해 알 수 있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의 고객들은 대부분 부유한 자산가들입니다. 이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퍼스트리퍼블릭은 저리 주택담보대출. 그러니까 이자가 낮은 모기지를 대규모로 제공합니다. 이런 운영 방식은 예금 유치에 도움이 됐으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며 은행에게 오히려 불리한 사업구조가 됩니다. 여기에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도 커졌는데요. 고객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며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은 평균적으로 3.73%인데, 연준 등에서 빌린 대출금 이자가 최대 4.9%까지 오른 건데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갈 돈이 더 커졌다는 의미죠. 따라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산송장이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또, 연방예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 규모 역시 컸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의 위기는 지난 현지 시각 24일 있었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더욱 부각됩니다. 1분기 말 기준 예금 규모가 전 분기 대비 41%나 감소한 1,044억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대형은행들이 300억 달러를 예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이 천억 달러나 빠져나갔다는 건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은 이후 적극적으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대형은행들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는데요. 하지만 이런 대안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고요.

때문에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는 지난 일주일 동안 78%나 하락합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1주가가 97%나 내렸는데요. 이렇듯 위기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규제당국은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빠르게 개입을 나서게 된 거고요. 30일 매각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 매각 절차도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원래는 현지 시각 30일 정오까지 끝날 것으로 보였으나, 두 가지 걸림돌이 있어 그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유력한 인수자였던 JP모건이 이미 미국 내 예금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서 현행법상 JP모간은 다른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고요. 규제당국이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느냐가 또 다른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퍼스트리퍼블릭은 JP모간 품에 안기게 되는데요.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지정됐고, JP모간은 퍼스트리퍼블릭의 모든 예금과 자산을 인수하기로 합니다. 여기에는 약 1,730억 달러 대출과 920억 달러 예금, 약 300억 달러의 증권이 포함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회사채나 우선주는 포함되지 않았고요. 약 84개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점은 JP모간 체이스 은행 이름으로 문을 열게 될 예정이며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예금은 JP모간이 전액 보증할 예정입니다. 또, JP모간은 앞서 대형 은행들이 지원해 준 300억 달러 중 JP모간 몫인 50억 달러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해당 기관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도 덧붙였고요. 이외에도 FDIC는 손실 분담과 인센티브 지급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및 기업 대출로 발생한 손실 일부를 분담하고, 재원 500억 달러를 5년간 고정금리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외신들은 JP모간의 인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일단 외신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이 다른 은행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은 지난 3월의 은행 위기 여파가 늦게 나타난 것일 뿐 새로운 은행 위기의 시작은 아니라고 강조했고요.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하며 JP모간이 입찰에 참여한 은행 중 유일하게 퍼스트리퍼블릭을 전체 인수하겠다고 밝혔고, 따라서 FDIC는 시장 안정과 함께 비용 역시 고려해 JP모간을 최종 낙찰자로 결정했다고 했는데요. 한편 CNBC는 이번 인수가 연간 5억 달러의 이익을 가져오는 등 JP모간에게 긍정적이라고 봤습니다. 단, 이미 큰 은행이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논쟁이 커질 수 있다고 봤고요. 아마 규제당국이 이미 규모가 큰 JP모간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할 수 있도록 현행법에 예외를 둘 것이라고 봤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모든 위기가 끝났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지는 또 않아 보입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거시경제 역풍에 대비해 준비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출 역시 대출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블룸버그 등 일각에서는 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이 얼마나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고요. 또,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경고등이 깜박이고 있어서 이 역시 주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
정연국 기자 yk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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