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제3지대 신당'은 착각?…"정치 무관심층"

오주연 2023. 5. 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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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 급증하며
제3지대 신당 창당 기대↑
20代 54% 표심은 어디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른 후 거대 양당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비율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성 정치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크게 늘어난 탓으로 파악된다.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부상할 '제3지대 신당'에 눈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무당층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론적으로 30%에 달하는 무당층만 흡수하면 당장 내년 총선에서 기존 양당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면서다. 하지만 무당층의 특성을 먼저 분석해봐야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與 32% vs 野 32% vs 무당층 31%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의 비율이 치솟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4월3주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무당층의 비율은 31%였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각각 32%로, 무당층과는 불과 1%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3개월 전과 비교(1월3주차)하면 무당층은 25%에서 5%포인트 더 늘었다.

무당층의 증감은 선거기간에 따라 상관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대선(3월9일)기간 전후로 실시된 2022년 1월3주, 4월3주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당층은 각각 19%, 16%로 10%대였다. 그러나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없었을 때(보궐선거 제외)인 2021년 같은기간(1월3주, 4월3주)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각각 30%, 27%였다. 현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현재의 무당층 비율(31%)도 내년 총선 직전에는 어디론가 결집돼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신당 창당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러한 무당층을 얼마나 많이 끌어올 수 있는가에 달렸다. 여야 고정 지지층이 30%인 점을 감안할 때, '32%(국민의힘)-32%(민주당)-31%(무당층)'의 비율 자체로만 봤을 때 '제3지대 정당'이 나올 수 있는 퍼즐 하나는 만들어진 셈이다.

'무당층=신당 지지층'이 될 것이라는 것은 '착각'

그러나 무당층이 곧 새롭게 등장할 제3 정치세력의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은 섣부른 전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국회는 극단으로 치닫는 양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여는 등 정치개혁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 이재명 방탄에 갇혀 도로 '정쟁국회'로 돌아온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최고위원들의 잇달 설화와 '전광훈 리스크'로 악재를 맞았고,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뿐만 아니라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돈봉투를 만들어 배포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곤혹을 겪고 있다. 이 사이 양당 지지율은 급하강 중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실시한 정기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월4주차(20~24일) 37.0%에서 4월3주차(17~21일) 34.5%로 2.5%포인트 하락했고, 같은기간 민주당은 46.4%에서 45.7%로 0.7%포인트 떨어졌다. 양당 어느 쪽도 '반사이익'을 보이는커녕 동반 하락한 꼴이다.

반면 무당층은 11.3%에서 14.2%로 2.9%포인트 증가해 양당 모두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0%P) 국민들이 양당 정치에 회의를 느낀다고 해도, '무당층=신당 지지층'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정당이 아니라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는 층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대 절반이 '무당층'이지만…투표율 20% "투표하지 않는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무당층의 비율이 증가하는 시기는 18~29세의 정치 무관심이 도드라졌다. 지난 4월3주차 무당층은 31%였는데 20대의 54%가 '지지정당 없음·모름'으로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30대에서도 37%가 무당층으로 나타나 3명 중 1명 꼴이었다. 이는 2021년 무당층이 30%였던 1월3주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당시에도 20대 무당층은 56%, 30대는 32%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대를 겨냥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였다. 전체 무당층이 30%에서 14%로 줄어들었던 시기에 50% 중반을 맴돌던 20대 무당층은 대선 직전(2022년3월1주) 31%까지 낮아졌고, 30대는 32%에서 14%로 절반이나 줄었다. '이대남(20대 남성)'만 타깃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는 이른바 '이준석 효과'로 평가되며 스윙보터를 구체화 시켰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졌다.

내년 총선에서도 20대 무당층을 누가,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2024년 무당층의 특성이 과거 무당층과 다를 수 있다는 가정에 있다.

"지금의 무당층, 행동하지 않는 정치 무관심층"

엄경영 시대정신소장은 "지금은 무당층이 탈정치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대량 27~28%, 유권자의 3분의 1이 무당층이고 그 무당층의 절반이 2030세대"라고 짚었다. 엄 소장은 "이들의 특징은 탈이념·탈진영·탈정치"라면서 "탈정치는 곧 탈투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은 30%대에 머물렀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70대로 75.3%였고 이어 60대(70.5%), 50대(55.2%), 80세 이상(51.2%), 40대(44.7%) 순이었다. 30대는 37.8%, 20대는 36.3%였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투표 참여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

내년 총선에서 20대에 속하게 되는 18세, 19세의 투표율은 더욱 낮았다. 당시 18세 유권자의 투표율은 36.1%, 19세는 35.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여기에 정치 고관여층으로 분류됐던 4050세대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과거 무당층이 높았을 때, 2030세대의 무당층 비율 증가가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40대와 50대에서도 무당층의 비율이 20% 중후반대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층 비율이 30%였던 2021년 1월3주차 조사에서 40대·50대의 무당층 비율은 각각 19%, 18%로 10%대였다. 그러나 올해 무당층 비율이 31%로 증가한 4월3주차 조사에서 이 비율이 각각 26%와 27%로 늘었다.

엄 소장은 "과거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아도 비판적으로 정치에는 참여하는, 즉 투표는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의 무당층은 행동하지 않는 정치 무관심층이 되고 있다"며 "제3당이 등장한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신당이 성공하려면 무당층의 지지를 확 쓸어가야하는데, 무당층의 주를 이루는 2030이 탈이념·탈정치·탈투표라 새 정당의 강력한 세력이 되어줄지는 의문"이라며 "투표율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무당층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무당층의 비율 '30%'라는 숫자에만 함몰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제 아무리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온다고 해도 유의미한 의석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에 총선을 1년 앞두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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