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th JIFF]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 "'위니' 사건, 여전히 현재와 연결돼 있어"
일본의 떠오르는 신예 감독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이 '위니'(Winny)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동아시아 특별전에 초청된 '위니'는 2002년 파일공유 소프트웨어 '위니' 개발자가 체포돼 저작권법 위반 방조의 죄로 재판을 서게 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당시 개발자 가네코 이사무는 데이터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위니를 만들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개했다. 일본의 기술 발전을 위해 개발했던 가네코 이사무의 위니는 대량의 영화와 게임, 음악 등이 불법 공유되면서 사회 문제로 번져갔다. 이에 가네코 이사무는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2004년 체포되고 만다. 영화는 카네코와 변호를 맡게 된 변호인단의 고군분투가 담겼다.
가네코 이사무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일본은 한 번 유죄를 선고 받으면 결과를 다시 되돌리기 힘들고, 그 사이 가네코 이사무는 위니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13년 세상을 떠났다. 150만 엔 벌금을 내고 유죄 선고를 받아들였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개발을 다시 할 수 있었지만, 미래 기술을 책임져야 하는 다음 세대들이 국가 권력 아래 위축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낸 결과다.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위니'의 연출 제안을 받은 후, 7년 간의 재판 기록과 가네코 이사무의 유족과 주변 인물, 당시의 변호사를 만나 취재에 돌입했다. 취재와 시나리오 작업을 2018년 시작해 2023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위니'를 만들지 않겠냐고 제안을 받고 철저하게 사건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20년 전 일이기 때문에 저는 사실 잘 몰랐던 사건이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에 기반한 것입니다. 당시의 변호사, 가네코가 소속된 단체, 도쿄 대학교 교수님 등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했어요. 7년간 재판 자료도 모두 모아 읽었고요. 영화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픽업해나가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다만 가네코 혼자 방안에 있는 시간 등,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는 여백의 재미를 추구해 고안했습니다."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사건을 짚어나갈 수록 위니의 사건 이면에 경찰의 부패가 크게 관련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위니 사건을 다각적으로 그리기 위해 에히메현 경찰의 내부 비리 고발 사건을 투 트랙 방식으로 연출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캐릭터 대부분 실명을 썼지만 경찰 내부 고발자 기타무라 형사는 가명을 사용했다. 이는 '위니'의 진정한 목적이 경찰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위험한 소프트웨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당시 관방 장관도 '위니를 사용하지 말라'라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기술자들은 굉장히 훌륭한 기술이라고 평가했지만, 부정한 용도로 사용됐기 때문에 사회적인 분위기로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었습니다. 단순하게 이 사건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위니 사건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죠. 당시 일어났던 사건이 지금 현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20년 전 형사 재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 현재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거든요.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열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가네코 이사무와 위니를 '정보 테러'라고 규정하는 대사들이 나온다. 당시 사회 인식을 그대로 반영해 만들어진 대사들이다.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취재를 하면서 가네코 이사무와 위니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 다양한 쟁점의 장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위니 개발자가 체포되면서 일본에서는 파일 공유 프로그램 개발이 중단 됐었어요. 그 사이 7년 동안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는 스포티파이가 나오고 유튜브가 등장했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발전시켜나갔지만 일본에서는 이 분야에 만큼은 멈춰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초기 단계에 빨리 발전했다면 좋았겠지만 다른 나라에 추월한 당해버린 거죠. 지금은 이 영화가 나옴으로 해서 가네코 이사무라 인물과 위니 사건에 대한 인상이 바뀌어가고 있어요. 저도 이 사건을 첩해가면서 정말 기술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순수한 개발자라는 걸 알게 됐죠."
극중 가네코 이사무는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맡았다.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2017년 여배우와의 불륜 사건으로 비난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가네코 이사무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히가시데 마사히로 씨는 일본 내에서 많은 지적을 받은 배우였습니다. 저는 가네코라는 인물 자체도 형태는 다르지만 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는 인물이라는 데서 링크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가네코 씨는 땅에 발을 붙이지 않고 있는 듯한 이미지가 있는데, 히가시데 씨도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있고요.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일본에서는 두 번째 기히를 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돌아갈 수 없는 과도한 비판을 가진 사회라고 평소 생각해왔는데 히가시데 씨를 캐스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호소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가네코 이사무의 변호사 단 역의 미우라 타카히로를 비롯해 와다 마사토, 키류 마이, 이케다 다이, 카네코 다이치, 아베 신노스케, 시부카와 키요히코, 타무라 타이지로, 와타나베 잇케이, 요시다 요우 등 일본의 실력파 배우들이 변호인단과 경찰로 분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일단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는 제가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웃음)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달려야 했던 캐릭터라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배우들이어야 했습니다."
영화는 법정 신의 비중이 높다. 1심 유죄를 받기까지의 가네코 이사무라 측 변호인단과 대립 중인 검사 측의 긴장감 법정싸움이 긴장감과 흥미진진하게 연출됐다.
"현업으로 활동하고 계신 변호사분들에게 재판을 재현해달라고 해 모의 재판을 진행했고, 그걸 배우들에게 참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이후에는 변호사 분들을 모셔 재판을 함께 연기했어요.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졌습니다."
극중 가네코 이사무는 위니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싶었음을 표현한다.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 역시 영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가네코 이사무와 동질감을 느낀다.
"저도 말을 잘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생각하는 걸 영화로 말하고 싶을 뿐이죠. 가네코 씨도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기 표현을 했던 것으로 보여요. 저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라면 가네코 씨와 연결돼 있을 겁니다."
마츠모토 유사쿠 감독은 차기작 준비중에 있다. 다시 새 작품으로 돌아올 것을 기약했다.
"일본에서 다음 영화를 기획 중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 책방으로 세계관 전승…與는 '각자도생’ [與 총선 위기론 ③]
- 檢 송영길 '돈봉투 살포' 공범 적시…경선캠프 관계자 압수수색
- 민주당, 문재인 때는 별나라에 가 있었나
- 최태원 SK 회장, 반도체·배터리·에너지까지 '한미 경제협력' 선도
- "나는 불사조, 어떻게 살아나는지 봐라"…'이스타 배임·횡령' 징역 6년 이상직 [뉴스속인물]
- 한동훈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통상적인 결과 나올 것"
- 이재명 위기에도 '추동력' 잃었나…1심 선고 후인데 '장외집회' 시들?
- '트럼프 포비아' 증시 폭락에 곱버스 ETF 부각…'불나방 투자' 경계령
- 극장가에 부는 팬덤 열풍, 이번엔 뮤지컬 스타다 [D:영화 뷰]
- ‘골반 통증’ 김도영, 천만다행 “호주전 출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