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④외교에 죽고 외교에 산다…'글로벌 3중고' 돌파

구채은 2023. 5. 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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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계기 공급망 위기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금리 발작 등 3중고
한미일 밀착했지만…북중러 긴장 고조

‘윤석열 신(新)외교’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에는 ‘담대한 구상’, 외교정책에는 ‘글로벌 중추국가’,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기치로 삼고 출범했다. 한국 외교의 중심축을 동북아에서 인도 태평양으로 과감하게 확장시켰고, 대통령이 1호 영업사원이 되는 세일즈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속 新 냉정 개막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국제 정세가 순탄치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러시아와 중국의 사회주의 진영 간 새로운 냉전 체제가 서막을 올렸다. 또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각국이 쏟아낸 유동성 여파로 국제사회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렸고, 이에 따른 가파른 금리인상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긴축 발작'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난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 속에서 에너지를 비롯해 원자재 및 식량을 둘러싼 글로벌 각국의 총성 없는 안보 전쟁에 이어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에서 '외줄타기'를 해왔다.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지구촌 냉전 구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분위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취임 1년 외교 성적표도 저조하다. 지난해 민간인 수행 논란부터 ‘바이든? 날리면?’ 발언 논란 등으로 해외 순방 때마다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일본 방문을 앞두고 발표한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은 평가가 엇갈린다. 진보진영에선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의 해법대로 보상받기를 거부하면서 "굴욕외교"라고 공세를 퍼붓지만, 보수진영에선 "국익을 고려한 조치"라고 환영하고 있다.

이번 미국 국빈 방문도 마찬가지다. 방미에 앞서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언급해 각각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100년 전 일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표현은 한·미 정상회담보다 더 많이 입길에 올랐다.

실리를 초점에 맞춘 한미일 3자 동맹

윤석열식 외교의 중심에는 명분보다 실리, 실용외교, 경제외교가 최 앞단에 서 있다. 양자관계와 다자관계에서는 한·미 밀착에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3자 동맹을 한층 굳건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미를 계기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핵협의그룹(NCG) 창설·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확장억제를 강화했다.

경제분야에선 바이오·산업·에너지·콘텐츠 등 경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 50건 체결, 44억달러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순방 전부터 화두가 된 반도체지원법(CSA)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선 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계속 강구하기로 했다. 지난달 일본 방문 때는 역사 문제로 거듭 봉착돼있던 한일관계를 풀어 수출규제 완화, 기업 간 교류를 정상화 등 경제외교를 복원시켰다.

이러한 외교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기치로 한·미 동맹에 집중 투자해 안보·경제를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했다는 점은 평가받는다. 국내외 정치적 반발과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해법 배상안을 마련해, 오랜 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대일관계의 정상화를 물꼬가 터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무역수지 적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재외공관장들에게 ‘주재국 1호 영업사원’이 돼야 할 책임과 역할은 부여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략적 균형 필요 지적도

다만 한·미와 한·일에 치우친 외교에 대한 반작용과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전략적 균형보다는 한·미·일 동맹 강화 구도에만 치우친 외교가 중·러와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중·러 3자와 우호 관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적대관계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민간인 학살을 전제로 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대만해협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와 같은 윤 대통령의 잇따르는 강경발언은 중국, 러시아 등 상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무역수지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합의 없이 강행한 대일 외교가 무리수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본 측의 사과도 전범 기업의 배상도 받지 못한 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는 등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도 양국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사실상 핵공유를 합의했다는 입장이지만, 백악관은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못 박고 나서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관련 "'빈손 외교'를 넘어 '대국민 사기 외교'로 막을 내렸다"고 혹평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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