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올해는 '봄데' 아니다···'갈 데'까지 가보자

이형석 2023. 5. 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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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8연승 상승세의 힘
연승 기간 역전승 5차례 놀라운 뒷심
선발 나균안 분투, 안권수 맹타 활약
서튼 감독, 냉정한 경기 운영도 한몫
지난 30일 키움전에 만원관중으로 꽉 들어찬 사직구장. 

롯데는 지난달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5-3으로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이던 2010년 6월 12일 한화전 이후 4705일 만에 8연승을 기록, 단독 1위(14승 8패, 승률 0.636)로 올라섰다. 롯데가 시즌 1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선두에 오른 건 2012년 7월 7일 이후 3949일 만이다. 

롯데가 13년 만에 8연승에 도전한 30일 사직구장은 시즌 첫 만원 관중(2만2990명)을 기록하며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거인의 뒷심이 놀랍다. 최근 8연승 기간 역전승만 5차례 달성했고, 5회까지 끌려가던 3경기를 모두 뒤집었다. 4월 팀 타율(0.262)이 3위인데, 득점권 타율(0.304, 2위)은 더 좋다. 불펜 평균자책점(4.35)은 7위. 최근 김진욱(좌완)과 최준용(우완)이 필승조에 합류, 불펜이 강화되면서 나균안이 고군분투 중인 선발진의 부진(평균자책점 5.03)을 만회하고 있다. 팀 실책은 13개로 최소 2위다. 

롯데는 지난해 4월에도 14승 9패 1무(2위)의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5월 이후 줄 부상과 코로나19 확진으로 선수들이 연달아 이탈했다. 결국 최종 8위(승률 0.457)로 시즌을 마감했다. '봄데(봄에만 강한 롯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에 딱 맞는 모습이었다. 

올해 롯데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기세다. '가을까지 강한 롯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선수단 구성부터 벤치의 경기 운영까지 1년 전과 다른 모습이다. 6년 만의 가을 야구에 진출하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10월 모그룹으로부터 19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은 롯데 구단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였다. 상무 야구단 입대를 추진하던 박세웅을 5년 총 90억원의 다년 계약으로 붙잡은 게 신호탄이었다. 이어 유강남(4년 최대 80억원)과 노진혁(최대 50억원), 한현희(3+1년 최대 40억원) 등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성공적이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과 유강남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포수 유강남은 투수가 흔들리면 재빨리 마운드에 올라 타이밍을 끊는 등 노련한 리드를 보여주고 있다. 유격수 노진혁은 내야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FA뿐 아니라 방출생 김상수(2승 4홀드)와 윤명준(3홀드)의 활약도 크다. 타선에선 두산에서 방출된 재일교포 3세 안권수가 리드오프 역할을 수행하며 타율 0.318로 펄펄 날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의 경기 운영도 과감하고 냉정해졌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가 부진하면 5회 이전이라도 가차 없이 교체한다. 한현희도 지난달 30일 키움전에서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다가 5회 동점을 허용하자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렸다.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은 서튼 감독은 불펜을 일찍 가동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3이닝 1실점(투구 수 50개) 중인 스트레일리를 일찍 내렸는데, 30일 선발 등판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다만 롯데의 연승이 내용까지 완벽한 건 아니었다. 이 기간 상대의 강력한 선발을 마주한 적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발 투수를 상대로 타율 0.233에 그쳤다. 키움 안우진(5이닝 2실점)을 상대로만 선방했다. 스트레일리(2패 평균자책점 5.82)와 반즈(1승 1패 평균자책점 7.58)가 살아나야 선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2위 SSG 랜더스가 승차 없이 롯데를 추격하고 있다. 3위 LG 트윈스, 4위 NC 다이노스와는 각각 1~2경기 차다. 롯데의 선두 수성을 위해 나란히 5연승 중인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와의 이번 주 6연전이 중요하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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