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⑥청와대 개방 1년…333만명 다녀가
영빈관, 대통령 국비 행사 공간으로 활용돼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중심지' 조성 계획
정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맞춰 청와대 경내를 개방했다. 국민의 관심은 뜨거웠다. 5개월 만에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했고, 인근 관광지·상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동력은 조경과 건축물에 깃든 역사의 영욕. 한동안 권력이란 장막에 가려 호기심을 자아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흥미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난달 24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333만497명. 월평균으로는 27만7541명이다. 올해 근접한 달은 없다. 봄기운이 감돈 지난달에도 20만 명을 겨우 넘었다.
반등에는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향 설정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박보균 장관은 지난해 7월 고품격 예술 공간을 골자로 한 청와대 활용 프로젝트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본관과 영빈관을 미술품 전시장으로 재구성하고, 관저와 대정원을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하는 내용이었다. 본보기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가리켰다.
청와대 건물은 미술관 용도로 건축되지 않았다. 내부 변경도 여의찮다. 항온·항습 기능을 갖추고 별도 조명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될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마련하려 했던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이 무산된 주된 이유다.
더구나 영빈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윤 대통령의 국빈 행사 공간으로 쓰인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영빈관을 신축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만찬, 회의 등이 자주 열린다. 최영진 청와대관리활용추진단 과장은 "앞으로도 대통령실 행사가 있는 날은 관람객 출입을 통제하고, 없는 날은 1층만 개방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의 최종 검토 보고서에 근거한 방침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초 자문단이 활동을 마친 뒤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아시아경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종성(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문체부 계획 대부분은 반영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다.
자문단은 보존·관리·활용 원칙을 ▲역사·상징성 보존 및 구현 ▲국가성장 중심지 역할·정체성 존중 ▲정체성·품격에 맞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공으로 정립했다. 여러 유·무형 자원을 그 성격에 맞게 권역별로 보존·관리하고 활용하는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본관에 대해 "주요 문건, 회의 모습, 역대 대통령 친필 등 대한민국 발전·번영에 관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동시에 역사적 순간의 모습을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빈관에 대해선 "본래 역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현직 대통령의 주요 행사 및 외빈 접견에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술품 등 문화예술 전시 가능성을 열어둔 공간은 춘추관 정도다. 최 과장은 "2층 크기(450㎡)가 협소해 대규모 전시를 마련하긴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문체부는 보고서에 명시된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중심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9일 '청와대 K-관광 랜드마크, 내가 청와대 관광 가이드다' 선포식을 열고 테마별 도보 관광코스 열 개를 소개했다. 청와대 인근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테마와 이색적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여행사와 연계해 MZ세대, 중장년층, 노년층, 가족 관광 등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가장 공들이는 대상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누적 관람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나 올 3월과 4월에 각각 4.4%(6790명)와 4.8%(8759명·24일 기준)로 크게 올랐다. 안미란 문체부 국내관광진흥과장은 “외부 기관에 의뢰한 테마별 도보 관광코스 개발이 이달 말 구체화하면 인바운드 여행사들을 접촉해 패키지 상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 과장은 "해외 인플루언서 초청 등 다양한 해외 홍보를 지원·전개해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로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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